[주간政談<하>] '보수 심장' 찾은 장동혁, 환대 대신 "누구세요"
  • 이헌일 기자
  • 입력: 2026.02.14 00:00 / 수정: 2026.02.14 00:00
靑 오찬 2시간 전 불참 통보…내부 지적도
여야, 계단 하나 너머로 한복 vs 피켓
지난 11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대 인공태양 연구시설 공사현장에서 유튜버들이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비판성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뉴시스
지난 11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대 인공태양 연구시설 공사현장에서 유튜버들이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비판성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장동혁, 서문시장 방문…환호-무관심 교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며.

-응. 장 대표는 이날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도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서문시장을 방문했어. 보수 진영의 정치인들에게 서문시장은 선거철이나 정치적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찾는 정치적 고향과도 같아.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의 뜨거운 환대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보수 정통성을 확인하면서 고비마다 지지율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거든. 설 연휴를 앞두고 장 대표도 이런 효과들을 노리고 찾았을 텐데 마음처럼 되진 않았어.

-분위기가 어땠길래?

-서문시장의 풍경은 '무관심'과 '경고'가 뒤섞인 묘한 기류를 보였어. 물론 "장동혁"을 연호하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과거처럼 도로가 꽉 차서 걷기 힘들 정도의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었어. <더팩트> 취재진에 "누가 왔느냐"라고 물은 한 시민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라는 답을 듣고 "아.."하고 그냥 지나갔어. 한 상인은 '오늘 장 대표 왔다 갔는데 보셨느냐'는 <더팩트> 질문에 "못 봤다. 아까 시끌 시끌 했던 게 그거구나. 온다는 소식도 못 들었다"고 답했어. 택시 기사도 "원래 국민의힘 왔다 가면 사람들 많이 와서 들썩들썩한데 오늘은 아무도 모르게 왔다 갔나"라고 되물었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11일 일부 지지자들이 YOON AGAIN! 부정선거 윤어게인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김수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11일 일부 지지자들이 "YOON AGAIN!" "부정선거" "윤어게인"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는 이들도 있던데?

-맞아. 서문 시장을 도는 장 대표 뒤에서 '부정선거' 팻말을 든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윤어게인" "윤석열 대통령" "윤어게인 버리면 지방선거 지십니다"를 외쳤어. 몇몇 상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저래가지고 어떡해"라며 혀를 끌끌 차더라. 장 대표와 시장을 함께 돌던 이인선 의원이 윤어게인 시위자들을 겨냥해 "저것들 아직도 저러고 있네" 혼잣말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되자 직접 사과하기도 했어.

-서문시장 현장에서 벌어진 강성 지지층의 돌출 행동과 그를 바라보는 냉담한 민심은 현재 당이 처한 '사면초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리두기에 실패한 장 대표의 모호한 태도가 당을 더 고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아닐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더불어민주당의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 일방 처리에 반발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 불참을 선언했다. /남용희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더불어민주당의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 일방 처리에 반발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 불참을 선언했다. /남용희 기자

◆오찬 2시간 전 '기습 노쇼'에 술렁인 국힘

-장 대표는 하루 뒤엔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 회동 직전 불참을 통보했더라.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추가 발언을 꺼낸 장 대표는 "여러 시기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부부싸움' 뒤 화해를 하겠다며 옆집 아저씨를 불러놓은 꼴과 다르지 않다"며 오찬 참석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했어. 여당 주도로 전날 밤 법사위를 통과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을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모임을 결성한 점, 행안위에서 행정통합법이 일방 처리된 점 등을 거론하며 명분도 구체적으로 짚었어.

-예정에 없던 상황이라 현장도 꽤 술렁였겠다.

-맞아. 원내대표실에서 당대표비서실로 이동하는 길에 많은 기자들이 따라붙었는데, 장 대표는 끝내 묵묵부답이었어. 여기저기서 "2시간 전 취소는 당황스럽다"는 말도 나왔지. 이후 당대표실 앞에 나온 서천호 의원이 "안 가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안에 분위기가 다들 반대다"라고 했고, 김장겸 의원도 "최고위원들이 강경하다"고 전하면서 사실상 취소 수순이라는 관측이 돌았어. 당 일각에서는 "국가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인데 편하게 식사할 자린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취소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취소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결국 장 대표는 오찬 직전인 1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한 손으로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론 악수를 청하는 것에 응할 수 없는 노릇", "국민과 민생을 논하자면서 모래알로 지은 밥을 씹어먹으러 청와대에 들어갈순 없다"며 최종 불참을 공식화했어.

-그런데 그 이후에도 혼란은 지속됐다고.

-맞아. 뒤이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해. 김용태 의원은 "식탁이라도 엎을 결기를 보였어야 했다"고 했고, 한 재선 의원은 "이렇다할 대안 없이 당이 꽉 막힌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로 나가서 뭐라도 큰소리를 쳤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어. 오찬이라는 정치적 무대를 스스로 걷어찬 대표의 이번 선택이, 판을 뒤흔들 승부수가 될지 아니면 고립을 자초한 자충수가 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이야.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한복 차림의 민주당 의원들. 국민의힘 좌석은 비어 있다. /배정한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한복 차림의 민주당 의원들. 국민의힘 좌석은 비어 있다. /배정한 기자

◆한복 입은 與 vs 피켓 든 野…설 앞두고 쪼개진 국회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2일에 본회의가 열렸다며.

-응. 2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린 날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푸른색·분홍색 등 알록달록 한복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들어와 눈길을 끌었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우원식 의장의 제안이었다고 해. 우 의장은 앞서 "한복은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한류의 대표적 상징"이라며 2월 12일 본회의에서 한복 착용을 제안했지. 이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이 이에 호응해 한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거야. 정부 측에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한복을 입었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일 본회의 불참을 선언하며 로텐더홀에서 4심제 및 대법관 증원 관련 규탄대회를 열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일 본회의 불참을 선언하며 로텐더홀에서 4심제 및 대법관 증원 관련 규탄대회를 열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은 왜 규탄대회를 연 거야?

-전날 민주당이 재판소원법·대법관증원법을 일방 처리한 점을 문제 삼았어. 송언석 원내대표 등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헌법파괴 4심제 국민 소송 지옥', '이재명 재판 뒤집기 4심제 대법관 증원 규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주당은 4심제, 대법관 증원 철회하라", "이재명 정권 방탄 법안 강행 처리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지.

-로텐더홀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하던데?

-맞아. 본회의 직전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에 나섰어.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한복을 입고 웃으며 대화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지. 로텐더홀 계단을 사이에 두고 두 장면이 거의 동시에 펼쳐지면서 대비가 확실히 됐어. 한쪽에선 웃음이, 한쪽에선 외침이 들렸거든. 이날 로텐더홀에선 설 연휴를 앞두고 '급랭'한 정국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3일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팩트DB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3일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팩트DB

◆평양에서 온 답신…바늘구멍? 거리두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무인기 관련 담화가 발표됐다지?

-응.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3일 '한국 당국은 주권 침해 도발 방지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는 제목의 김 부부장 담화를 보도했어.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무인기 사건을 언급하고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어. 또 "나는 이를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한다"고 했지.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우리 정부에 재발방지를 요구했어. 이에 통일부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어.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를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바늘구멍'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여. 통일부 입장문 첫 줄엔 김 부부장이 언급한 '다행' '상식적'이라는 표현이 특히 강조돼 있거든.

북한은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무인기와 관련한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명무 기자
북한은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무인기와 관련한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명무 기자

-북한의 반응도 이전과 달리 차분한(?) 톤이었다고?

-맞아. 우리 정부를 비난한 대목은 보이지 않아. 다만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그 이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점은 비교적 뚜렷해.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무인기 침투 주체에 대해 "관심도 없다"고 했고 "우리 영공을 무단 침범한 중대 주권 침해 행위가 한국발로 감행됐다"고 했거든. 기존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의 연장선인 셈이지.

-또 김 부부장은 무인기 도발이 다시 벌어진다면 "비례성을 초월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의 명분을 언급하기도 했어. 결국 북한은 이번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지. 한편 정부는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정부의 조치가 단행된다면 북한도 입장을 낼 것 같은데, 관계 개선 내용이 담길지 거리두기 입장만 굳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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