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진 '김성태 변호인 특별검사 추천 사태'의 여파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며 반발하는 이들까지 나오면서 정청래 대표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가뜩이나 우려를 사고 있는 '정청래 리더십'이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전준철 변호사를 당이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해 논란이 된 데 대해 거듭 사과했다.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다수 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대표인 저에게 있다"며 이번 특검 추천 사태를 "사고"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대해 당대표로서 어제 대통령께 사과를 드렸다. 다시 한번 대통령께 누 끼친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이 손대지 못한 수사를 위해 2차 종합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전 변호사를 특검으로 추천했다. 그런데 이후 전 변호사가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여러 번 한 김 전 회장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전 변호사를 지도부에 추천한 이는 친정청래(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으로, 여당의 이같은 특검 추천에 이 대통령은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는 반정청래(반청)계를 중심으로 '특검 추천 사태'의 성토장이 됐다. 특히 이언주 최고위원은 "당과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주는 행위였으며,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와 다름없다는 게 당원과 지지자들의 시각"이라며 맹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2023년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해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던 사태와 동일시한 것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이성윤 최고위원만이 최고위에서 '유감'을 표명했을 뿐, 그동안 합당 문제로 반청계와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던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이번에는 정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을 두둔하지 못했다.

이번 특검 추천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 내에서 정 대표 체제를 향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앞서도 정 대표가 중심이 돼 추진된 '전 당원 1인 1표제'와 '합당' 또한 "당내 친이재명(친명)계의 힘을 빼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이 나왔지만, 심증에 그치는 것이어서 정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민주당 지도부가 최소한의 인사 검증 체계에서 걸러낼 수 있는 전 변호사 이력을 문제 삼지 않고 이 대통령에게 추천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가미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했다는 것은 단순 실수로만 치부할 수 없는 뼈아픈 실책"이라고 했고, 이건태 민주당 의원도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며, 민주당 당론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라고 했다.
정 대표가 이번 사태로 '1인 1표제'와 '합당' 때와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의 리더십 타격을 입게 되면서 미완의 과제인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민주당 지도부가 입법을 통한 정부 지원이나 내란 청산과 같은 중요 문제를 등한시하고 부차적 문제에 몰두한다는 인식이 당내에 퍼지면서, 정 대표의 당 운영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에 오는 10일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합당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와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한준호 의원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6·3 지방선거 전 합당 반대 의견을 피력한 터라, 이번 의총에서 정 대표의 '지선 전 합당 추진'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내부 시각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국 혁신당 대표가 오는 13일을 '합당 결정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데, 이날까지 정 대표가 '무조건 합당해야 하는 명분'을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 추천 과정에서) 큰 실책을 저지른 터라, (합당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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