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혜훈 낙마 주역 천하람의 ‘일당백’…“비망록, 선 지켰다”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6.02.03 14:00 / 수정: 2026.02.03 14:00
10·15 대책 취소소송 1심 패소에 '항소' 전망
韓 '제명' 결정엔 "부당하다…배제 아주 위험"
"개혁신당, 한국 정치 구명정 돼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회에서 '일당백'을 하는 인물이 있다. 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비망록’을 단독 입수해 이슈의 중심에 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개혁신당 의원들이 일당백으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며 힘을 실었다.

천 원내대표는 1986년생으로 이 대표와는 한 살 차이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주요 현안에서 호흡을 맞추며 당의 대응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서글서글한 인상과 유연한 화법으로 정치권에서 '소통형'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의제뿐 아니라 새로운 이슈를 직접 설계해 끝까지 끌고 간다는 점에서 기획력과 추진력은 천 원내대표의 강점으로 꼽힌다.

의원실에선 천 원내대표가 보좌진들을 살뜰히 챙긴다는 점에서 미담도 나온다. 천 원내대표는 각종 상을 수여하면 의원실 공간이 아니라 사무실에 전시해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은 내가 아닌 보좌진이 함께 받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오가는 사무공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천하람 의원실에 천하람 원내대표가 받은 상패가 놓여 있다. /박헌우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천하람 의원실에 천하람 원내대표가 받은 상패가 놓여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 원내대표를 만나 10·15 부동산 대책 취소소송 패소부터 이혜훈 청문회, 19시간 필리버스터의 비하인드까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10·15 부동산 대책 취소소송 패소에 대해 높은 확률로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10·15 부동산 대책 취소소송 패소에 대해 "높은 확률로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10·15 부동산 대책 취소소송 1심 패소했다. 소감은.

법리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가 부동산 대책의 효력을 중단할 경우 어떤 이유에서든지 더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제로 행정 소송은 행정부의 논리를 많이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변호사들과 상의 중이지만 높은 확률로 항소하게 될 것이다.

-이 소송을 꼭 이기고 싶었던 이유는.

지금 정부는 필요하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완전히 지키지 않아도 재산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재산권 제약은 엄격한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부동산 대책 때문에 가족들의 이사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어려움을 줄여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다.

-부동산 대책의 핵심 문제는.

강남과 강북을 10·15 부동산 대책이라는 같은 규제로 묶어놨다. 그렇다고 강남 집값이 잡힌 것도 아니다. 강남은 대출 없는 현금부자 중심의 놀이터가 됐다. 자산 형성의 사다리 수준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다. 반대로 강북의 실수요자들은 대출 규제로 막혀 매수·이사 모두 어려워졌다. '부동산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답정너식 목적 의식만 갖고 큰 돌덩이를 시장에 얹어놓은 격이다.

-1·29 공급 대책에 대한 평가는.

아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과거처럼 '공간×용적률=몇 만호"식 탁상행정이면 곤란하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충분한 협의가 됐는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형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기존 3기 신도시, GTX 같은 약속도 지연됐는데 새 대책만으로 시장이 진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19시간 필리버스터·청문회 강행군. 체력적 부침은 없었나.

살 빼야겠다는 생각을 좀 많이 하게 됐다. (웃음) 실천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리버스터 할 때 허리와 무릎이 너무 아팠다. 오래 서 있으니 서서 일하는 분들의 고단함을 체감했다. 며칠 쉬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보좌진 피로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 '비망록' 입수, AI 조작까지 검토…사적 영역 침범 않으려 노력

-이혜훈 후보자 인선, 처음엔 어떻게 봤나.

처음엔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포석으로 '전략적으로 좋은 행보'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통합이 아니었다. 보수 인사를 데려오면 그 관점이 국정에 반영돼야 진정한 의미의 통합인데, 오히려 그들의 소신을 접게 만들고 확장재정·소비쿠폰·호텔경제학을 공감하라는 식의 태세 전환을 강요하는 모양새였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혜훈 후보자를 낙마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천 원내대표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게 지난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비망록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혜훈 후보자를 낙마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천 원내대표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게 지난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비망록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후보자 답변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대목은.

이른바 ‘약혼자’ 드립이다. 결혼식까지 하고 신혼집까지 마련했으면 사회 통념상 며느리다. 그런데 혼인신고가 안 됐다고 ‘약혼자’라며 빠져나가려는 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

-비망록 입수 경로는. 처음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입수 경로는 제보자 보호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다만 자필이 아니라 워드라는 점에서 누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조작한 것은 아닐까해서 AI 조작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검증했다. 다만 제보자 자체가 굉장히 신뢰할 수 있는 출처였고, 후보자 본인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가족들의 문제들과 평소 생각들이 다 담겨 있었다.

-비망록 공개 과정에서 고민했던 지점은.

비망록이라는 게 사실 일기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어디부터가 사적 영역이고 어디부터가 공적 영역인지 판단하는 것이 굉장히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공직 적합성과 직접 관련 없는 순수 사적 영역은 넘지 않으려 했다. 후보자가 비판받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봤다. 굉장히, 아주 개인적인 기록들은 끝까지 청문회장에서도 읽지 않았다. 보시는 분들이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 덕분에 여당 의원들이 비망록에 대한 신뢰도를 훨씬 더 높게 가져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했다./박헌우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했다./박헌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에 대한 생각은.

다른 당 문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제명은 과도하다. 현행범으로 잡혀가거나 아주 큰 범죄를 저질러서 사법부에 의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의 윤리위원회가 정치인 한 사람의 정치 활동을 아예 끝장 내버리겠다, 우리 당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중단된 '쌍특검' 공조는 어떻게 되나.

국민들 앞에 죄송스럽다. 개혁신당 덩치가 좀 더 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통일교·공천헌금 의혹을 수사하는 '쌍특검'은 꼭 해야 하는 명분도 있는데 여론이 무르익었을 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게 너무 한스럽다. 이 황금같은 시기를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때문에 날려먹고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더라도 국민께 그렇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에서 저희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 천하람만의 캐릭터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헌우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 "천하람만의 '캐릭터'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헌우 기자

◆ "천하람만의 '캐릭터' 만들 것…개혁신당, 구명정에서 쇄빙선으로"

-격동의 1년을 겪었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무엇을 하고 싶나.

전반기 국회에선 "열심히 하고 유능하다"를 보여주려 했다. 후반기엔 제 캐릭터를 더 분명히 잡고 싶다. 단순히 국회에서 주어지는 일을 넘어 저만의 프로젝트를 몇 가지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의원실의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며 성과를 국민들께 더 보여드리고 싶다.

-지역구는 순천에 많은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준비는.

이번 주말에도 간다. 격주 주말마다 순천에 내려간다. 후원회 사무실도 있다.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호남에서 민주당이 아닌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것도 체감한다. 그렇지만 개혁신당은 윤석열 정부의 살아있는 권력 때부터 확실하게 비판해 왔고, 계엄과 탄핵에 완전히 자유로운 정당이다. 이를 잘 강조해서 개혁신당의 선명한 색깔을 지역민들께 잘 보여드릴 것이다.

한 가지 호재라면,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합당이 있다. 합당이 되고 나면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건전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만한 정당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민주당의 일당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개혁신당이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천하람에게 개혁신당이란.

처음엔 저를 위한 '구명정'이라고 생각했다. 요새는 한국 정치의 구명정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 있을 때 나름대로 소장파·비주류 같은 역할을 하면서 압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총선 때 "대한민국 '멸종위기종'인 소신파 정치인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소신파 정치인들의 터전이 개혁신당이다. 다만 지금 사이즈로는 부족하다. 다음 총선엔 최소한 캐스팅보트가 돼야 한다.

벌써 지방선거 출마하겠다고 공천 신청한 사람이 150명을 훌쩍 넘었고, 면접을 보고 있는데 괜찮은 분들이 되게 많다. 저희가 계속 노력한다면 한국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쇄빙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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