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범여권 합당, 아리송한 '덧셈 정치'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02.03 06:00 / 수정: 2026.02.03 06:00
민주, 혁신당과 합당 둘러싼 내홍 고조
중대사, 화합 결정을 전제로 추진해야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에 대해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합당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에 대해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합당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정치판이 시끄럽다. 전혀 낯설지 않은,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만, 거대 양당이 나란히 당내 갈등을 노출하는 모습이 제법 흥미롭다. 심각한 시선으로 당을 바라보는 당원이나 지지자라면 태평한 소리 한다며 불쾌해할 수 있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 시민이 현 정국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 쟤네 싸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좋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를 두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공개 설전은 심각한 민주당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직격했다. 친청계 문정복 의원은 "면전에서 면박 주는 게 민주당의 가치인가"라고 받아쳤다.

지난달 22일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정 대표는 당원들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당을 합치자는 의견을 내놓았을 뿐, 당원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충분한 숙의와 의견 수렴 없이 정 대표가 독단적으로 합당을 추진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최근 합당 밀약설까지 불거졌다. 두 당 모두 밀약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음에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는 존재한다.

정 대표가 당 권력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느닷없이 혁신당과 합당을 제안한 건 6·3 지방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당내 세력을 재편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친명계는 의심한다. 정 대표가 '1인 1표제'를 추진하는 배경도 대표 연임을 위한 노림수로 본다. 흡수 통합이냐, 당 대 당 통합이냐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 향후 당 정체성부터 정치행태까지 잠재적 분란 요소가 곳곳에 널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언주 최고위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언주 최고위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합당 문제는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어떤 식으로든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중대 현안이다. 따라서 범여권의 몸집을 키워 지선 승리를 공고히 하자는 정 대표의 구상도, 반대 측의 입장도 전혀 못 할 건 없다. 다만 혁신당과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며 기습적인 '덧셈 정치' 시도가 오히려 분열을 낳았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사실상 '뺄셈 정치'가 돼버린 모습이다. 워낙 반대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드라마틱한 분위기 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외연 확장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민주당·혁신당 합당 추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좋지 않게 본다"라고 답했다. "좋게 본다"는 응답은 28%, 의견 유보는 32%였다. 특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12%, '중도층'에서는 28%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1.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어떠한 정치적 행위나 말에는 치밀한 정치공학적 셈법에 깔렸다. 이미 기득권인 정치 집단에서 권력은 정치 생명과 직결돼 있고, 결국 권력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정치의 생리다. 국의힘이 당원 게시판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걸 두고 뺄셈의 정치라는 당내 반발이 계속 나오는 것도 그렇다. 아무리 명분이 있고 좋은 의미라고 하더라도 중대사는 화합의 결정을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 당 상황을 보면 덧셈의 정치인지 아리송하다. 과거 합당과 통합의 사례를 보면, 덧셈·뺄셈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최솟값이 될 수도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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