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이태훈 기자] 국회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 구체적 사유 없이 무단결석하는 일이 여전하다. 걸핏하면 정쟁을 일삼으면서도 소속 상임위에 불참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사실상 실효성 있는 제재가 없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의원들의 상임위 무단결석에 대한 실질적 제재 수단을 마련해 '일하는 국회'로써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 등에 청가서 또는 결석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 불출석한 의원에 대한 제재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행 법률에 따라 불출석 회의 1일당 3만1360원의 특별활동비를 감액한다. 이는 회기 일수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다. 의원은 회기 중 입법 활동 지원 경비인 특별활동비로 매월 78만4000원을 받는데, 연간 300일 기준으로 회기 중 1일당 액수가 3만1360원이다. 턱없이 적은 감액액은 사실상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의원의 특혜에 가까워 보인다.
상임위 무단 불참에 대한 제재의 적정성과 제재 범위 확대를 둘러싼 시각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 직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절차도 밟지 않은 채 회의에 불참하는 건 징계 사유라는 측면에 비춰볼 때 특별활동비 1%를 삭감하는 불이익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페널티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법에는 의원의 회의 출석 의무 조항이 없다.
국회법상 의원의 출석 의무 조항이 없는 건 의원의 자율에 맡긴 취지이지만 여기에는 국민의 봉사자라는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 없이 회의에 불참하는 건 국민이 부여한 입법 활동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는데도 의원들의 고질적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1번 이상 상임위에 무단 불출석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더팩트>가 '열린국회정보 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2025년도 1~12월 국회의원 상임위 출결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역 의원 296명 가운데 국회의장을 제외한 122명이 상임위에 1번 이상 무단결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동안 의원 10명 중 4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상임위에 출석지 않은 셈인데, 회기를 늘리면 더 많은 무단 불출석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거나,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은 일정이 많으니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도 "의원들도 상임위 불출석 몇 번 안 한다고 해서 받는 불이익이 사실상 없으니 (불출석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급하게 지역구 일정 등을 소화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서부터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도입해 의원의 출석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국회 회의 10차례 무단결석한 의원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 △모든 회의를 30% 이상 무단결석하면 본회의에 제명안 자동 상정 등을 검토했다. 21대 국회에선 김승원 민주당 의원 등이 회의 결석 1회당 각종 수당을 10%씩 삭감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현실화하지 못했다.
회의 불참 의원에 대한 제재 강화가 이뤄지지 않는 배경으로는 의원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꼽힌다. 스스로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을 의원들이 제정하기 꺼리는 것이다. 관련해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통화에서 "(의원들의 거부감이 큰) 불참 페널티보단 국회법에 '회의 출석 의무' 같은 내용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면 국회의원윤리강령과 아래의 규칙들도 연쇄적으로 같이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회 사무처에서 의원들의 회의 출석률을 공개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감시하기에 편리한 형태는 아니"라며 "의원별·상임위별로 공개하다 보면 의원들의 출석률이 올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선진국 의회에서는 고강도 제재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 의원은 회의에 불출석하면 한화 약 80만 원 정도의 수당을 받을 수 없다. 독일 하원도 하원의원이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200유로(약 34만 원)의 패널티를 부과한다. 호주 상·하원은 의원이 두 달 이상 연속으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제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등 의회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의원들의 불출석을 막는 제도를 도입 중이다.
사고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무단결석에 대해선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정치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셀프 개혁'은 요원해 보인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 참석률을 제고하는 취지로 회의 불출석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각각 2024년 6월과 7월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숱한 정쟁을 양산하며 질타를 받아온 국회가 국민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회의 불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자정 입법'을 관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통화에서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국회가 의원의 특권을 없앤다거나 자정을 위한 입법을 한다면 국민이 국회에 보내는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