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2년차도 시작부터 인사 난항이 드러났다.
최근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인사청문 잔혹사'를 이재명정부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5일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발표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장관급 낙마 사례로 남게 됐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전문성을 인선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이후 '래미안 원펜타스' 부정 청약, 보좌진 갑질, 자녀 대학 입학 특혜, 내란 옹호 등 의혹이 속속 불거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밤을 새가며 여야 가릴 것 없이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결국 이 대통령은 이후 이틀 만에 이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가 이번에도 비슷하게 반복된 모습이다. 지명 이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후보자의 소명에도 여론의 싸늘한 시선이 이어져 낙마로 귀결되는 패턴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고, 올해 신설된 기획예산처는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더욱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됐다. 보수 진영에서 낙점한 인사라는 이 후보자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통합인사와 실용인사 기조도 타격을 입었다.

이런 인사검증 실패 패턴은 최근 정권마다 자주 반복되고 있다. 인사검증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지고, 상대 정당을 적대시하는 정쟁이 점점 격화하면서 후보자의 출신도, 당적도, 현역 의원 여부도 가리지 않고 낙마자가 속출했다. 이진숙 전 후보자는 학계에서 발탁된 사례고, 강선우 전 후보자는 현역 여당 의원이다. 이혜훈 후보자는 보수 정당에서 3선을 지낸 의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을 거쳐 인선을 시행한 윤석열 전 대통령도 1기 내각 구성에 애를 먹었다. 학계 출신인 김인철 당시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가족 장학금 특혜 논란과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대학병원 병원장을 거친 정호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자녀 편입 및 병역판정 특혜 의속이 제기되면서 지명 43일 만에 자진사퇴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후보자의 십수년 전 언행은 물론 가족·친척·지인까지 광범위하게 살펴보는 기조는 엄격한 적격성 판단이라는 순기능과 함께 인선의 폭을 좁히는 역기능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사들조차 공직, 특히 고위직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인선 과정에서) 좋은 분들이 안 오려고 하는게 애로사항"이라며 "청문회에 대한 부담도 장관급들은 다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컨대) 민간 기업에 있다가 장관 후보로 오시는 분은 높은 연봉, 주식 다 포기하고 와야 되는데 '현재 청문회 제도에서 가족까지 탈탈 털리면 거기 가서 내가 뭘 하겠냐'며 포기하는 부분이 많다"며 "소위 신상털기, 망신주기식의 청문회가 되지 않도록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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