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합당 성사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혁신당과의 합당 성사 여부가 정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크게 좌우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 2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자신의 '민주당·혁신당 합당 제안'을 지도부 및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사전에 상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정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에 합당을 깜짝 제안했는데, 정 대표가 합당 제안 계획을 당 지도부에도 불과 발표 20분 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다만 정 대표는 "언젠가, 누군가는 테이프를 끊어야 하는 일"이었다며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6·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혁신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어 "전당원 투표에서 가결되면 가는 것이고 부결되면 멈추는 것"이라며 합당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당원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선 정 대표의 이번 합당 제안이 향후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좌우할 '중대 결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 대표가 자신의 정치 명운을 걸지 않고선 무산 반작용이 큰 합당 문제를 기습적으로 꺼내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지방선거 전 합당이라는 '민감 이슈'를 기습적으로 꺼낸 것 자체가 뭔가 결심이 선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 대표 합당 제안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구심을 품는 이들의 시선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향해 있다. 다음 전대에서 선출되는 새 당대표는 2년 임기를 채울 경우 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메리트가 크다. 민주당 일각에선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위한 당내 세력 확장의 수단으로 합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저는 이번 합당 제안이 당의 미래보다는 당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짚었다.

만약 지방선거 전 합당이 성사될 경우, 민주당 내에서의 정 대표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친이재명(친명)계라고 일컬어지는 세력들과의 마찰을 뚫고 합당을 관철한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정 대표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정 대표 지지세가 큰 권리당원 표 가치를 대폭 높이는 '전 당원 1인 1표제'가 의결될 경우 정 대표 연임은 현실화할 공산이 커진다.
정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역임 중인 조승래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늦어도 두 달 내에는 합당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합당을 이용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찌 보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 하자는 것을 자기정치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반면 의원·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합당이 무산될 경우 정 대표는 정치적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을 '날치기'로 규정하며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JTBC '이가혁 라이브' 인터뷰에서 "전당원대회를 열어서 전 당원들에게 (정 대표에 대한) 퇴진 여부를 묻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정청래 지도부 내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정 대표에게 기습 합당 제안에 대한 공식 사과와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는데, '정 대표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시 사퇴 요구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요구를 했으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진퇴 요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28명은 지난 23일 이번 합당 추진과 관련해 정 대표를 향해 "독단적 합당 추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냈다. 더민초는 26일 소속 의원 전체 대상 모임을 갖고 합당 문제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