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탕평 인사'가 시작부터 큰 위기를 맞았다. 갖은 의혹이 불거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다.
청문회까지 마무리된 이상 판단은 오롯이 이 대통령 몫이 됐다.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다시 인사검증 실패를 자인하기도, 악화한 여론을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하기도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예상대로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고, 이 후보자는 해명에 진땀을 뺐다.
이 후보는 시작과 함께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부정 청약을 비롯해 보좌진 갑질, 자녀 대학 입학 특혜, 내란 옹호 등 의혹에 대해 본인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이어진 질의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일제히 날 선 지적을 쏟아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부정 청약 의혹에 당시 장남과 배우자의 관계가 사실장 깨졌던 상황이라고 해명하자 "(장남) 부부가 2023년 12월 결혼했고, 부부 불화로 결혼이 깨질 지경이었다고 말했는데, 1년 반만에 다시 사이가 회복했나"라고 쏘아붙였다.
재경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부정청약이라면 그 자체로 자격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고,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부정 청약해서 몇십억원을 벌었다면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좌절하고 실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장남의 연세대학교 입학 과정을 두고 당초 해명했던 다자녀 전형이 아닌 사회기여자 전형이었다고 정정한 데 대해 "사회기여자 전형 중 국위선양자 요건은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은 자 또는 자녀, 손자인데 누가 국위선양을 했느냐" "할아버지가 내무부 장관이었던 게 국위선양이냐. 부정입학했다는 거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보좌진 갑질 의혹을 두고 "(전직 보좌진이) 핸드폰에 이 후보자 이름이 뜨면 손이 벌벌 떨렸다고 한다"며 "공황장애, 안면마비 걸린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보복이 두렵다는 직원도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청문회를 통해 야당 반대는 물론 여당에도 탐탁치 않은 시선이 상당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공을 넘겨받게 된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규정 상 이 대통령은 여야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에 관계없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여야가 부적격 의견의 보고서를 채택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점찍은 사실상 첫 탕평 인사다. 이같이 상징적인 인사에 지명 철회라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임명한 국무위원 등 주요 공직자 중 이른바 상대 진영 인사는 거의 없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옛 한나라당을 거쳤지만 이미 지난해 이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취임 뒤부터 꾸준히, 올해 들어서도 통합을 강조하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국익 우선의 책임정치 정신"을 언급했고,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탈이념, 탈진영, 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우리의 방향"이라고 기조를 명확히 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된 점도 부담이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사퇴,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이어 이 후보자 인선도 지명 철회 혹은 사퇴로 귀결된다면 검증 실패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 논란을 두고 "참 어렵다"며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어떻게 할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 국민들께서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국민 여러분께 이해해 달라는 말은 쉽지 않지만 이런 (통합 인사)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일부 용인해 주길 바란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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