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發 '합당론'에 與 시끌…지선 승리 앞세운 연임 포석?
  • 이태훈 기자
  • 입력: 2026.01.23 00:00 / 수정: 2026.01.23 00:00
정청래, '1인 1표' 이어 '기습 합당 제안'도 강행
당내 반발 폭발…지선·전대 무대 계파 갈등 서막?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던진 기습 합당 제의로 민주당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방식과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합당의 표면적 이유는 지방선거 승리지만, 이면엔 정청래 당대표 체제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6일 정 대표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던진 '기습 합당 제의'로 민주당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방식과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합당의 표면적 이유는 지방선거 승리지만, 이면엔 '정청래 당대표 체제'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6일 정 대표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던진 '기습 합당 제의'로 민주당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방식과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합당의 표면적 이유는 6·3 지방선거(지선) 승리지만, 이면엔 '정청래 당대표 체제'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에 합당을 깜짝 제안했다. 합당 제안 시점에 대해선 정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전에 협의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혁신당에 "우리는 같이 윤석열 정권을 반대했고, 12·3 비상계엄 내란을 같이 극복해 왔다"며 "우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위한 대선을 같이 치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가 시대 정신이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 정신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지선을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합당 당위성을 역설했다.

조 대표도 즉각 호응했다. 조 대표는 같은 날 전북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당은 정 대표가 언급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합당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와 당무위의 조속한 개최를 지시했다. 혁신당은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정치 노선을 보여온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공식 제안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원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혁신당과의 합당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온 바 있다.

다만 정 대표가 합당 제안 계획을 당 지도부에도 불과 발표 20분 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번 합당 제안은 정 대표의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이라며 처음부터 합의·토론 등 절차를 완전히 밟아나가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합당 제안 시점과 방식 등을 두고 당내 반발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한 상황이다.

정청래 지도부 내 친이재명(친명)계 최고위원의로 분류되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을 공개 비판했다. 사진은 정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정청래 지도부 내 친이재명(친명)계 최고위원의로 분류되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을 공개 비판했다. 사진은 정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정청래 지도부 내 친이재명(친명)계 최고위원으로 분류되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고, 친명계인 박홍근 의원도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의 큰 성과를 내면 번번이 당에서 큰 이슈나 풍파가 일어나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며 합당 제안 시점을 문제 삼았다. 이날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이 달성된 날이기도 하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명분은 지선 승리다.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민주당의 대안정당으로 인식되는 혁신당이 독자적으로 지선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한데,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합당'이라는 메가톤급 정치 이벤트로 최근 '공천 헌금 수수 의혹' 등으로 촉발된 당내 난맥상을 어느 정도 퇴색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반박도 있다. 지선 이전에 합당을 하면 민주당 지분(공천권 등)을 일부 혁신당에 내줘야 하는데, 이는 민주당으로선 실익이 없는 데다가 오히려 보수결집의 명분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선 승리'는 표면적 명분일 뿐, 실제론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의 동력을 합당에서부터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이번 합당 제안이 당의 미래보다는 당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최근 자신의 지지세가 큰 권리당원 표 가치를 대폭 높이는 '전 당원 1인 1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 또한 당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 불공정 이미지가 있는데, 지선을 위해서라면 지금 합당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며 "정 대표가 당권 연장을 위해 친문재인(친문) 그룹에 손을 뻗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 당원 1인 1표제'에 이어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까지, 정 대표가 당내 이견이 큰 사안들을 연인 밀어붙이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인사는 통화에서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계파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xo9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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