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이 여권 내부를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면서, 개혁의 속도와 방식은 물론 주도권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전담할 중수청과 공소 제기·유지를 담당할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법안이 공개되자마자 중수청 인력 구성의 이원화 문제와 향후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존치될 가능성 등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 자문위원을 맡았던 인사들이 집단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다. 이들은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검찰권을 해체하기는커녕 되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원이었던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1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두고 "검찰 권력을 되살리고 권한을 강화시키는 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추진단이 내놓은 법안을 보고 저희가 다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가 논의한 사항과 전혀 관련이 없고, 검찰개혁을 오히려 검찰 권력을 되살리고 권한을 강화시키는 아주 악법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강경 지지층 사이에서는 정부안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검찰개혁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혁신당 역시 정부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중수청을 제2의 검찰청으로 만드는 조항을 삭제하라"며 "검사가 명찰만 수사사법관으로 바꿔 달면 안 된다. 중수청은 검사 재취업센터가 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가 입법 예고한 검찰개혁법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정청래 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의 후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없다"며 개혁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대규모 정책 토론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혼선을 수습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의견 수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방향타를 다시 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공청회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장에서 토론을 벌일 예정이며, 민주당은 수렴된 결과를 종합해 정부에 공식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당 내부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사법체계의 안정성과 실제 수사 현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집단의 배제를 정책의 목표로 삼거나, 입장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없다"며 "억울하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형사 피해자들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형사사법절차 설계가 매우 섬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에 "법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급하게 가는 느낌"이라며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지나치게 앞서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강경한 줄 만 알았던 법제사법위원회 내부에서도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한 법사위 소속 관계자는 <더팩트>에 "일부 의원들의 확고한 신념일 뿐, 상당수는 분위기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편"이라며 "최근 기류가 바뀌자 '보완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갑자기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현장에서 많이 봐왔고, 검사 중심 수사에 익숙한 것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