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의 9차 당대회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7·8차 당대회 준비 과정과는 일부 다른 메시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간부 기강 확립과 성과 정리를 동시에 강조하며 내부 결속형 행보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회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당 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총화하고 당의 강령·규약을 수정·보충하는 자리다. 당 노선과 정책 등 기본 문제를 토의·결정하고 향후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 분기점으로도 기능을 해왔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열린 2016년 제7차 당대회는 출범 선언의 성격이 강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당 최고 수위를 의미하는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고, 당 규약에는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명시됐다.
36년 만에 열린 당대회였던 만큼 준비 과정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개최 23일 전인 2016년 4월 13일 시·군 당대표회를 시작으로, 같은 달 14~25일 도 단위 당대표회를 열었고, 27일에는 도 당대표회 진행 현황을 외부에 알렸다.
2021년 열린 제8차 당대회는 준비 방식과 분위기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2020년 11월 29일 제7기 제21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대회 준비위원회 보고를 통해 대표자 선거 동향을 간접적으로 공개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31일 대표자들에게 대표증을 수여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다만 내부적으로 당대회 참가 대표자들은 12월 하순 이미 평양에 집결해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8차 당대회 이전 성과 과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20년 말 속도전 형식으로 진행한 '80일 전투'를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021년 1월 1일 '충성의 80일전투가 승리적으로 결속된데 대하여'라는 보도를 통해 코로나19 방역 성과와 수해 복구, 농업·건설·산업 현장의 실적을 집중적으로 나열하며 "10월 대승리와 혁명의 새로운 도약기가 당 제8차 대회로 줄기차게 이어지고 2020년이 위대한 투쟁의 해, 단결의 해, 승리의 해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사에 빛나게 아로새겨지게 됐다"라고 자평했다.

이 같은 흐름을 놓고 볼 때 9차 당대회를 앞둔 북한의 최근 행보는 간부 기강과 성과를 동시에 부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2022~2023년을 거치며 김 위원장의 혁명 사상을 체계화하고 이를 당의 새로운 당 건설 노선으로 학습·내재화하는 분위기가 조직돼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9차 당대회에서는 정치·사상, 당 사업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혁명 사상의 전면화가 제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일군들은 인민을 위한 헌신적복무의 자랑찬 성과를 안고 당대회를 떳떳이 맞이하자'라는 사설을 통해 "모든 일군들은 인민의 운명과 생활을 책임진 어머니 우리 당의 핵심골간 답게 인민에 대한 사랑을 깊이 간직하고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한가지라도 더 많이 찾아하는것으로써 시대와 혁명앞에 지닌 무거운 책임을 다하고 당 제9차 대회를 떳떳이 맞이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경제지도기관의 사업 소식 등을 전하며 "국가계획위원회와 지방발전20×10비상설중앙추진위원회에선 올해 지방발전정책대상들을 건설할 시·군들이 선정된 데 맞게 그 집행을 위한 준비 사업을 빈틈없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고 당대회를 맞이하고 구상하느라 (이러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공개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이어 지난 5일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를 기리는 기념시설 건설 현장까지 김 위원장 부부와 김주애가 함께하는 장면이 연이어 공개됐다. 이를 두고 김주애에게 공식 직함을 9차 당대회 때 부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비체계적인 국가는 아니다"라며 "13살 나이면 당 입당 조건에 부합하지 않기에 직함을 가질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 위원장도 성인이 됐을 때 (당에) 입당할 나이가 됐을 때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직함을 갖게 되는 것은 여러 보직을 행사하는 권한을 갖는 것과 같은데, 미성년자가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9차 당대회 소집 시점을 연초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과 성과 정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당 정치국 회의 등 공식 절차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당 제8기 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초 당대회 소집’을 공식화했지만, 이후 같은 해 12월 열린 제8기 13차 전원회의 때까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후속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양 석좌교수는 "북한이 한 달 정도 (당대회) 공시 기간을 주는데 아직 당 정치국 회의를 안 했다"라며 "적어도 내주 월~화요일 쯤 당 정치국 회의를 하고 결과를 발표한 뒤 9차 당대회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열병식 준비하는 것으로 볼 때 2월 16일 김일성 주석 생일 이전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