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근시안적 당리당략에 사라잡힌 정치 풍토가 여전하다. 6·3 지방선거와 맞물려 상대를 깎아내려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저질 정치 분위기가 만연하다.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와 국민의힘의 쇄신안 등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인다. 단순한 인식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든 상대를 헐뜯고 비방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비판 지점이다. 동북아시아를 포함해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여야는 경제와 민생 등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기는커녕 다툼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오직 국익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여야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쇄신 외친 장동혁에 "장배신" 외친 강성 당원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쇄신안 발표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대국민 사과 이후 강성 지지층 반발이 심상치 않다면서?
-맞아. 지난 7일 장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에 나선 이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말 그대로 불이 붙은 상태야.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기회주의 장배신"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잘한다고 외쳐줬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글도 올라왔어. 한 책임당원은 "장동혁에게 제대로 속았다. 탈당한다"고 했고, "계엄을 사과할 거면 김민전 의원에게 당대표 자리를 넘기라"는 주장까지 나왔지.
-그런데 애초 예상됐던 쇄신안 발표 시점을 하루 앞당긴 걸 두고도 말이 많더라?
-맞아. 한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장 대표는 발표 직전까지도 원내에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쇄신안을 고심하며 다듬었다고 해.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 구형일 직전인 8일에 쇄신안을 발표할 경우 시기가 너무 맞물린다는 점을 의식해 하루 앞당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어.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를 보다 자연스럽게 벌리기 위한 '시차 두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고.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후폭풍을 어느 정도 예상한 걸까. 장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회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한 뒤, 약 10분 동안 차분하게 쇄신안만 읽었어. 이후 취재진 질문은 따로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떴지. 설명도 해명도 없이 말 그대로 '할 말만 하고 나간' 장면이었어.
-결국 이번 쇄신안은 강성 지지층에겐 배신으로, 중도층과 쇄신파에겐 '가짜 사과'로 읽히면서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같아.
-맞아. 장 대표는 지금 강성 당원들의 속도 조절 요구와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더 큰 쇄신 압박 사이에 끼어 어느 한쪽도 쉽게 버리지 못한 채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지. 결국 이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장 대표 리더십의 진짜 시험대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야.

◆다사다난한 보수당의 당명…내부서도 '이러쿵저러쿵'
-장 대표의 쇄신안에 국민의힘 당명 변경이 담겼잖아. 이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더라.
-국민의힘은 바로 당명 개정 절차에 돌입했어. 일단 전체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조사를 진행할 거야. 9일부터 사흘간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를 통해 새로운 당명 아이디어도 받기로 했어. 국민의힘이 이번에 당명을 개정한다면 지난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개명한 후 5년 4개월여 만에 바꾸는 거야.
-5년 4개월이면 꽤 오래 쓴 건가? 가장 길게 썼던 당명이 뭐지?
-보수정당 역사상 제일 오래 버틴 당명은 '한나라당'이야. 위기가 생길 때마다 혁신과 쇄신이라는 목표 아래 당명을 바꾸면서 위기를 돌파해 왔거든. 1997년 IMF 위기로 추락하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와 조순 통합민주당 총재가 뜻을 모아 만든 이름이야. 이 당명의 수명은 15년이야.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한나라'라는 이름이 주는 그 묵직함이 그립다는 소리가 아직도 나오는 이유야. '보수의 황금기'라고도 볼 수 있는 그 시기도 결국 지나가긴 가더라.

-어떤 일이 있었더라?
-그 뒤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까지 다사다난했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오면서 새누리당으로 확 바꿨잖아. 그때 당의 상징색도 바꿨어. 정당 최초로 '빨간색'을 쓴다고 했을 때 다들 뒤집어졌던 거 기억나?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그때 당 색깔을 바꾼 게 화근이었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가 나와. 최근 만난 국민의힘 소속 한 보좌관은 "그때부터 우리 당의 위기가 시작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파란색을 내주는 바람에 그전까지는 명확한 상징색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진보 정당이 파란색을 차지하게 됐다"라고 말했어.
-이후 당명을 바꿀 때마다 자유한국당 '횃불' 로고 논란, 국민의힘 '국민의당' 표절 논란 등으로 한참 시끄러웠던 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야. 당내에서는 "이름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커. 단순히 국민의힘이라는 글자만 지울 게 아니라 당의 노선이나 핵심 인물들까지 싹 바꾸는 모습을 보여줘도 지방선거에서 이길까 말까라는 거야. '민생' '미래' '혁신' 등의 단어가 들어갈 거라는 소문만 무성한데, 당명만 바꾸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름에 맞는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간판 바꾼다는 국힘에…'尹 못 잊어당' '내란 자유당' 추천한 與
-더불어민주당이 당명 개정에 나선다는 국민의힘에 새 이름을 추천해 줬다고?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에서는 조롱 섞인 작명들이 잇따라 나왔어.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의 새 당명 후보가 이미 자신의 유튜브 댓글에 나와 있다고 언급했어. 누리꾼들이 제안한 이름은 '내란의힘', '국민의짐', '국민의암' 같은 것들이었는데, 박 수석부대표가 "이런 제안들을 살펴서 당명 개정을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자 현장에 있던 출입기자들과 배석한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힘의 새 이름 짓기에 가세했지. 정 대표는 9일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 정 대표는 "아무리 국민의힘이 당명을 개정해도 국민들은 '윤석열 못 잊어 당', '내란 자유당', '내란 DNA 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꼬집었어. 그러면서 "장 대표가 개명한다고 장동혁이 아닌 게 되느냐"고 지적했어.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거야.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반응도 냉소적이야.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혁신이 아니라 도피"라며 "짜장면집 간판을 내린다고 짜장면집이 뷔페가 되느냐"고 반문하더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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