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동두천=김수민·서다빈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옛 부지 보존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9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성병관리소 보존 입장과 정부가 할 일을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동두천시의 철거 방침에 반대해 농성을 시작한 지 500일 만이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후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역 인근에 마련된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폭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 보호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를 비롯해 유호준 경기도의원과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진보대학생넷 등이 함께 했다.
김대용 공대위 공동대표는 이날 "어려운 싸움을 위해 500일까지 함께 농성장을 하루도, 한시간도 비우지 않고 뜨거운 연대와 이 땅의 아픈 역사들을 간직하고자 하는 힘이 응축돼 있다"라며 "이제는 이 자리가 더 이상 갈등의 자리가 아니라 화합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거듭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안김정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상임대표도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대통령과 국가의 공식 사과다"라며 "피해 생존자가 있고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빠른 시일내 이재명 대통령과 국가의 공식 사과와 함께 대화협의체를 통해 이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존돼 국가 폭력의 현장이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정부 주도의 대화협의체 즉시 발족을 촉구했다. 이들은 "결정권자들이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조정과 설계를 하라는 요구다. 대화협의체는 바로 그 역할을 한다"며 "대화협의체가 있어야 권한과 예산, 절차가 한 자리에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대화에서 그칠 게 아니라 '결과물을 만드는 공론장'이 돼야 한다는 게 공대위 주장이다. 이들은 "대화협의체는 정부, 경기도, 동두천시, 공대위, 전문가가 포함된 공식 구조여야 한다"라며 "협의체는 데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회의 일정과 의제, 산출물을 확정하고 대화협의체를 구성하라"고 했다.
이들은 동두천시에 "철거 전제를 내려놓고 보존을 공식 전제로 올린 뒤 정부와 경기도에 재정과 제도 지원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국가유산청을 향해선 "지금 즉시 근현대문화유산으로 임시지정을 단행하라"고 했다. 이들은 "긴급 보호 조치는 심의를 돕는 부속 절차가 아니라 심의를 가능하게 만드는 전제"라며 현장 보존을 위한 임시지정 조치를 검토하고 가능한 수단을 실행하라"고 했다.
또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공식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하나는 정부가 성병관리소를 직접 소유하거나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를 세우고 근현대문화유산 지정과 운영을 국가가 주도하는 방안"이라며 "다른 하나는 보존 후 평화인권센터로 전환해 운영비를 포함한 지속 지원 구조를 국가가 책임지는 방안"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옛 성병관리소는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와 제도가 만든 전세계 유일하게 남아있는 상처의 현장"이라며 "국가가 사과해야 하고 기록해야 하며 교육해야 한다. 피해자 관점이 배제된 기념과 기록은 또 다른 삭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