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수민·서다빈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옛 부지 존치 문제에 중립적 태도를 유지해 온 정부가 최근 보존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질적으로 보존 업무를 담당할 핵심 부처가 대화협의체 합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는 최근 '보존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무게를 싣고 재정 지원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평등가족부 한 관계자는 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 답변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동안 성평등가족부는 '실질적인 개입은 어렵다'며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두천시가 구체적 사업계획도 없이 성병관리소 부지를 매입해 해당부지가 오랜 기간 방치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와 경기도청, 동두천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 출범은 미뤄지고 있다. 애초 지난달 11일 각 관계자들이 구성에 합의한 이후 연말까지 구성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계획했지만 늦춰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가 필수적인 한 정부 기관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따라서 대화협의체 출범을 위한 절차는 이번 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성평등가족부는 재정 지원과 관계 부처 참여 여부 등 보존을 위한 조건을 사전에 정리한 뒤 협의체를 출범시키려는 입장인 반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우선 방향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위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재정 지원은 다음 문제다. 이미 2026년도 예산안도 다 확정 나지 않았나"라며 "지금 당장 특별한 방안 같은 게 없더라도 협의체를 꾸려서 그 안에서 조율하자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 성병관리소 옛 부지가 위치한 토지의 소유권은 동두천시에 있다. 앞서 동두천시는 2023년 2월, 해당 부지를 약 28억9000만 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보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토지 매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해당 부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동두천시에 운영을 맡기거나 위탁할 경우, 시와의 협약 체결 등 별도의 행정 절차가 불가피해 리모델링 비용 투입까지 넘어야 할 단계가 적지 않다. 재정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토지 매입비만 약 28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내·외부 정리와 안전진단을 위한 비용으로도 최소 1억 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우선적으로 꼽는 과제는 국가유산청을 통한 임시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이다. 논의 주체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보존 방향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성병관리소 부지가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국가유산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임시지정과 같은 별도의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운영 방안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시관이나 도서관 등 공공 문화시설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시민단체는 특정 형식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제 규모의 세미나를 열어 미군 위안부 문제가 제기 됐던 국가들을 초청해서 현장을 공유한 뒤 세미나, 포럼 등에서 구체적인 운영·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며 "무조건 전시관을 한다는 건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