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사고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 구조적 위험이 이미 누적된 상태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전형적인 콘크리트 타설 붕괴사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고는 지난달 11일 오후 1시 58분경,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 있는 광주 대표도서관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공공도서관으로 당시 공정률은 약 60~70% 수준이었다. 옥상층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상부 구조물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슬래브, 철근, 거푸집, 철골 구조물이 한꺼번에 지하층까지 무너져 내렸고, 그 결과 작업자 4명이 매몰돼 사망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구조체가 아직 자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대한 하중이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대표적인 고위험 공정이다. 철근콘크리트의 자중은 1㎥당 약 2.3~2.4톤에 달하며, 여기에 작업자와 장비 하중, 펌프 압력, 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중 하중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러한 하중은 완성된 구조체가 아니라 임시 구조물인 거푸집과 동바리를 통해 지지되는데, 지지 체계에 조금만 취약점이 있어도 붕괴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도서관’이라는 건축물의 용도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있다. 도서관은 다량의 장서 하중과 이용 하중을 전제로 설계되는 대표적인 중하중 건물로, 일반 업무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보다 슬래브가 두껍게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콘크리트 타설 단계에서 구조물에 작용하는 하중을 더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장스팬 철골구조에 데크플레이트 무지보공법이 적용된 경우, 콘크리트 타설 하중은 설계 시 가정한 정적인 하중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집중되는 동적 하중에 가깝다. 슬래브 두께 증가로 콘크리트 자중이 커진 상태에서 타설 속도와 순서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하중은 특정 구간에 집중되고, 구조적 여유도는 빠르게 소진된다. 이 과정에서 동바리 지지력이 부족하거나 하중 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붕괴는 사실상 시간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장스팬 철골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은 철골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접합부다. 이 접합부는 단순한 연결 부위가 아니라 상부에서 전달되는 모든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는 핵심 구조 요소다. 볼트 체결 토크 부족, 용접 불량, 연결 플레이트 정렬 불량 등 시공 품질이 설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접합부 강성은 급격히 저하된다. 콘크리트 타설로 보의 처짐이 증가하면 그 하중이 접합부에 집중되고, 결국 접합부 파단이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접합부 하나가 붕괴되는 순간 인접 구조물로 하중이 재분배되며 연쇄 붕괴가 발생하는 것은 장스팬 철골구조 붕괴사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이다.
관리적 측면에서도 구조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정황이 짙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라 사전조사와 작업계획서 작성이 의무화된 공정이지만, 동바리 배치와 하중 검토가 실제 현장 조건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다. 위험성평가 역시 체크리스트 중심의 형식적 운영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붕괴가 시작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권한으로 즉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 계획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공공사 특유의 공기 압박과 일정 중심의 관리 문화도 사고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공정 지연을 만회하려는 압박 속에서 타설 속도와 범위가 안전보다 우선됐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안전 책임이 분산되며 현장의 통제력은 약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통상 공정’이 아닌 ‘최고 위험 공정’으로 인식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타설 전에는 반드시 동바리 지지구조에 대한 구조 검토와 하중 계산을 실시하고, 무지보공법은 예외적으로만 제한 적용해야 한다. 타설 중에는 처짐 계측, 레이저 레벨 등을 활용해 구조 변형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누구라도 즉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
관리 측면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작업허가제를 적용해 안전관리자와 감리가 공동으로 승인하도록 하고, 타설 전 과정에 책임자의 입회를 의무화해야 한다. 위험성평가는 형식이 아니라 붕괴 시나리오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통제 수단으로 운영돼야 한다.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사고는 단순히 동바리 설치 미흡이나 타설 순서 오류로만 설명될 수 있는 사고가 아니다. 도서관이라는 중하중 건물의 구조적 특성, 장스팬 철골구조의 취약 지점, 두꺼운 슬래브로 인한 하중 증가, 데크플레이트 무지보공법의 한계, 그리고 접합부 시공 품질과 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사고는 한 번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리 부실이 겹쳐 만들어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붕괴였다. 콘크리트 타설은 결코 단순한 공정이 아니다. 안전관리에서 가장 먼저, 가장 엄격하게 통제돼야 할 공정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고는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안태 現 울산안전 대표이사 前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장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