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 생포'…향후 북미 대화에 미칠 파장은
  • 정소영 기자
  • 입력: 2026.01.06 05:00 / 수정: 2026.01.06 05:00
美, 군사작전으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北 즉각 반발…"핵무장 논리 강화" "북미 대화 변수"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향후 북미 대화의 향방에 시선이 쏠린다. /뉴시스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향후 북미 대화의 향방에 시선이 쏠린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향후 북미 대화의 향방에 시선이 쏠린다.

반미 노선을 공유해온 베네수엘라 최고지도자가 미군에 의해 압송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북한은 즉각 미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다만 이번 사태를 북한이 체제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받아들였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선 체제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체제 위협보다는 핵무장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신년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DC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똑바로 안 하면 2차 공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담당하고(in charge) 있다"고도 언급하며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통제 아래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한 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뉴욕의 구치소로 압송했다. 체포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공개했다.

미국이 주권국가의 현직 대통령을 군사력으로 체포해 본토로 이송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미국 법무부(DOJ)는 체포 직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하며 마약 테러 공모 및 마약 밀매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기소장에는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25년간 지역 내 마약 조직과 테러 단체와 공모해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범죄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한 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뉴욕의 구치소로 압송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한 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뉴욕의 구치소로 압송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북한은 이번 사태에 즉각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4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지역 및 국제관계 구도의 정체성 보장에 파괴적인 후과를 미친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상습화된 주권침해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1974년 수교 이후 반미 전선을 축으로 군사적 협력을 이어온 국가다. 북한이 마두로 대통령 생포를 체제 위협의 사례로 제시하며 내부 결속과 핵무장 정당화 논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같은 날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한 뒤 "전략적 공격 수단의 상시 동원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력 행사에 중요하고 효과 있는 한 가지 방식"이라며 "숨길 것 없이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의 베네수엘라식 군사작전이 북한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이 김 위원장 체포 작전 실행 시 북한은 핵무기 통제권 이양 구조를 통해 즉각적인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고, 러시아·중국 등 핵무기 보유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압박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베네수엘라는 핵무기가 없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는 점도 중요한 차이로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북한에 충격을 주기보다는 핵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빠르게 성명을 발표한 것은 충격을 받아서가 아니라 러시아와 입장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외무성 명의로 성명을 냈고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의응답 형식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입장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격을 낮춘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한 이번 사례가 북한 지도부에 충격을 줬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평군 지방공업공장, 종합봉사소 준공식에 참석했던 모습이다.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한 이번 사례가 북한 지도부에 충격을 줬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평군 지방공업공장, 종합봉사소 준공식에 참석했던 모습이다.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마두로 대통령 생포가 북한 지도부에 충격을 줬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통화에서 "충격은 있었을 것"이라며 "내부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북한의 인식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26년 한국의 주변국 외교 및 대북전략 컨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북미 대화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고 김 위원장이 이를 계속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사태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더욱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국제 정세 변수로 인해 논의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 석좌교수는 "베네수엘라 사태로 북미 대화가 일시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는 있다"면서 "결정적 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임으로 전쟁 마무리 시점에 따라 북미 대화가 앞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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