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청와대와 여당이 지명 후 숱한 논란에 휩싸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다가올 청문회에선 '역대급 난타전'이 펼쳐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은 이 후보자 청문회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론' 관철을, 야당은 '보수 결집'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옹호보다는 검증하겠다는 자세로 (이 후보자) 청문회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말씀드렸고,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서가 지난 2일 국회에 접수가 돼 향후 진행될 예정"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검증할 것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명 이후 갑질·투기 등 의혹이 터져 나오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 후보자 청문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후보자 의혹에 대한 여론의 의구심은 인정하나, 이는 청문회를 통해 '검증'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 후보자는 보수당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역임한 바 있으며, 최근까지도 국민의힘 중구성동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한 인사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한 이력으로 여권의 지적을 받았으나, 지명 직후 사과하며 여권 내 사퇴 요구는 다소 누그러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후보자에 대한 숱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사퇴 요구는 증폭되고 있다. 보좌진에 대한 폭언 및 갑질 논란에 더해 당협위원장 시절 지역구 시·구의원의 부당한 징계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 셋째 아들이 국회 인턴 특혜로 입시 스펙을 쌓았다"며 새로운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재산이 10년 새 100억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여당이 이 후보자 청문회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통합론'을 관철하려는 이 대통령 의중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출범 이후 내각과 청와대에 꾸준히 보수 인사를 기용해 온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으로 통합론의 방점을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통합을 위해) 한 번 도전해 본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라며, 이 후보자 지명을 반발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도대체 그러면 국민 통합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공개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유능한지, 적임자인지에 주안점을 두고 인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인사를 하다 보면 이념, 진영과 관계없이 등용되는 사례는 (계속)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청문회를 '보수 결집'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자리를 탐한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 중인데, 이 대통령이 선택한 이 후보자의 비위를 낱낱이 파헤쳐 정부와 이 후보자를 동시에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필사적으로 이 후보자를 공격하는 데에는 '더 이상의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지명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의 '내란 프레임' 분쇄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여당 기준으로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한 '내란 세력'인데, 이러한 인사를 발탁한 것은 정부·여당의 '자기부정'이라는 게 야당 지적이다.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정권에게 계엄은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비즈니스 대상일 뿐이라는 점이 이 후보자 지명으로 확인됐다"며 "그러니 이재명 정권은 '계엄 장사'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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