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공천헌금' 의혹 파장…제명도 징계도 백약이 무효?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01.03 00:00 / 수정: 2026.01.03 00:00
여야 원내대표단-기자들의 숨바꼭질
다시 청와대 시대…소통 행보 나선 李
민주당이 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던 강선우(왼쪽) 의원을 제명했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다. 김병기 의원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의혹과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였다. /배정한·이새롬 기자
민주당이 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던 강선우(왼쪽) 의원을 제명했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다. 김병기 의원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의혹과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였다. /배정한·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희망찬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폭언과 막말 논란 등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상대를 향해 지나친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다만 제기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새해가 되자마자 지난해와 같이 어둡고 긴 터널에 다시 들어선 듯하다.

2022년 4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1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받는 강 의원이 1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후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를 열어 제명을 의결했다. /남용희 기자
2022년 4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1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받는 강 의원이 1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후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를 열어 제명을 의결했다. /남용희 기자

◆진화 나선 민주당, 강선우 '제명'-김병기 '징계 착수'

-새해 첫날부터 민주당이 악재 차단에 나섰다며?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밤 국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던 강선우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 의원이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보좌직원이 1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과 상의하는 녹취록이 보도된 이후 사흘 만이야.

-민주당 최고위는 보좌진 사적 동원 의혹부터 일가족 비위 의혹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신속한 징계 심판 결정 요청을 의결했어. 새해를 맞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12월 25일 윤리 감찰을 지시했다고 뒤늦게 밝혔어. 최고위는 윤리감찰단의 조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어. 사실상 김 의원은 징계를 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야.

-아직 1억원이 반납됐는지 불분명하고, 또 다른 추가 의혹까지 나오고 있어. 민주당 지도부의 '결단'도 묻히는 모양새야. 심지어 정가에서는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설상가상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이 워낙 파장이 큰 영향 때문인지, 민주당의 내란 청산과 사법개혁 완수 등 중점 과제 역시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모습이야.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당과 이재명 정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남용희 기자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당과 이재명 정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남용희 기자

-김 의원은 줄곧 자기와 가족이 얽힌 의혹을 부인해 왔잖아. 정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의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던 것처럼,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네. 민주당으로서는 한시가 급하게 악재 차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이 두 의원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야.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김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듯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 들리더라. 그런데 사퇴 직전 당내 기류도 꽤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

-맞아. 당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의혹 초기엔 김 의원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사실관계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기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기엔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해.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의혹이 터지면서,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먼저 당을 생각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거지. 민주당 내부가 어수선한 분위기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더라.

최근 여야 원내대표단과 기자들의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사진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부터),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김병기 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최근 여야 원내대표단과 기자들의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사진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부터),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김병기 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여야 원내대표단과 기자들의 뜬금 '숨바꼭질'

-최근 청년층에서 술래잡기 '경찰과 도둑'이 유행이라며? 그런데 여야 원내대표단과 기자들은 숨바꼭질을 벌였다더라. 무슨 일이야?

-지난해 12월 29일 때 일이야. 여야 원내대표단이 다음 날 본회의에 올릴 안건과 통일교 특검법 등을 협의하기 위해 저녁에 만난다는 소식이 기자들 사이에서 퍼졌어. 기자들은 평소 회동이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모였어. 운영위원장은 관례상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 하지만 알려진 회동 시간이 지났는데도 원내대표단을 볼 수 없었어. 그때부터 숨바꼭질이 시작된 거야.

-여야 원내대표단이 물밑에서 접촉할 때가 있긴 해. 이날도 마찬가지였나?

-보통 여야 원내대표단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사전에 기자들에게 시간과 장소 등이 미리 공지되는 경우가 많아. 회동장 밖에서 기자들이 미리 기다리고 있으니, 회동 후 결과를 브리핑해 주는 게 일반적이고. 그런데 이번 회동은 대략적인 시간만 알려지고, 장소는 알려지지 않으면서 기자들은 회동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움직였던 거야.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민주당 윈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전면 직에서 물러났다. /남용희 기자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민주당 윈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전면 직에서 물러났다. /남용희 기자

-기자들은 여야 원내대표단이 운영위원장실에 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직후 급하게 자리를 옮겼어.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국회의원회관에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어 왔거든. 그때부턴 여야 원내대표들과 운영수석부대표들의 의원실을 일일이 수색했어. 끝내 여야 원내대표단의 회동 장소는 알아내진 못했지만, 의원회관을 나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을 볼 수는 있었어.

-왜 비밀리에 회동하려 한 걸까?

-누구도 직접적으로 이유를 언급하진 않았어. 다만 취재진 중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한꺼번에 터진 게 원인이 된 것 같다는 시각이 있더라. 기자들이 달라붙어 입장을 요구하는 걸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자신을 찾으러 온 기자들에게 "서로(여야) 간 (회동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우리 때문은 아니다"라며 비공개 회동 원인이 민주당에 있음을 시사했어. 다음 날, 김 전 원내대표는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며 전격 사퇴했어.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 복귀한 뒤 민생 소통 행보에 나섰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삼청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과 오찬을 위해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 복귀한 뒤 민생 소통 행보에 나섰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삼청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과 오찬을 위해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줄 선 사람이 대통령?…靑 복귀하자마자 소통 행보

-이제 다시 청와대 시대가 시작됐네. 첫 주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던데.

-맞아. 이 대통령은 집무실까지 이전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청와대로 출근을 시작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한 2022년 5월 9일 이후 3년 7개월, 1330일 만이라고 해. 출근 뒤에는 참모들과 차담 회의를 하고, 이른바 '지하벙커'로 알려진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시스템을 점검했어. 오후에는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어.

-다음날에는 거리로 나서 시민들을 만났어. 국무회의를 마친 뒤 김민석 국무총리 등 각료·참모들과 점심식사를 위해 삼청동을 도보로 이동했어. 대통령이 검문·검색이 불가능한 일반 거리를 걷는 것도 이례적인데, 이 대통령은 오가는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었어. 또 식사를 위해 찾은 유명 수제빗집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입장하기도 했어.

이 대통령이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음식점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청와대
이 대통령이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음식점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청와대

-이 대통령은 용산 청사 시절에도 비슷한 행보가 있었어. 지난해 6월 취임 뒤 첫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청사 인근 골목상권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경기가 어떤지 등 이야기를 나눴어. 한 대구탕집에서 식사도 했고. 당시 이 대통령은 참모진에 "집들이 인사하듯 인근 상인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더라.

-청와대의 폐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 같아. 이전 초기부터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남면서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는 거지. 이 대통령은 일상적이고 신속한 소통을 위해 집무실도 참모들과 같은 공간에 마련했다고 해. '구중궁궐'이라는 대표적인 청와대 이미지를 이 대통령이 어떻게 바꿔나갈지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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