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게 변한다. 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뤄진 정보 취득과 정치활동이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정치' 전성시대다. <더팩트>는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 확대의 명암을 조명하고, 올바른 정착 방향을 총 3회에 걸쳐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광장과 온라인이 대중의 주요 정치 참여 통로로 자리 잡았지만, 이러한 정치 참여 플렛폼에서 생성되는 부작용이 간과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성숙한 정치 참여 문화 확립을 위해선, 대중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광장 정치는 대중 민주주의의 뿌리로서 작용한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시위 군중의 과격화라는 역기능도 따라온다. 실제로 평화적 집회에서 일부 강경 참석자들이 질서 유지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인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 사태는 시위 군중 과격화의 대표적 예로 언급된다. 서부지법 사태는 약 100여 명의 부상자와 143명의 체포 인원이 발생한 2000년 이후 최악의 시위대 폭력 사태로 꼽힌다.
온라인 정치도 '정치 참여의 보편화'라는 순기능에 가려진 역기능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소수 의견의 과다대표'다. 적극적 의견 개진자 몇몇의 의견이 다수 의견인 것처럼 전체를 현혹하는 것이다. 이런 왜곡된 여론을 정치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수용할 경우, 설익은 정책 및 법안 추진이라는 더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다수 여론을 읽지 못한 채 정치권이 추진한 법·제도로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언급된다. 22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발의됐지만, 여론은 차갑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존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무작위 추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지해야 한다'는 55%, '폐지해야 한다'는 21%로 존치 여론이 크게 앞섰다.

결국 정치 참여 문화가 성숙되기 위해선 광장과 온라인 정치의 적절한 균형은 물론, 정치권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먼저, 시위에서 군중의 과격화 요인으로 정치인들의 선동성 발언들이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부지법 사태에 앞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당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의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윤 의원은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 전날인 지난해 1월 18일 밤 서부지법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얘기했고, 곧 훈방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광장 정치에서의 군중 과격화에 대해 "(대부분) 정치인들이 조장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세력의 막강함을 보여주기 위해 광장 정치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지만, (발언 내용과 행동 등에 있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수 여론과 동떨어진 소수 강경파들의 온라인상 주장을 정치인들이 답습하는 행태는 '소수 의견의 과다대표' 현상을 초래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당내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경 지지자들을 '내편'으로 두기 위한 정치인들의 정무적 판단일 수는 있으나, 정치권의 '여론 민감성'을 둔하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이 널리 퍼지는 등 인터넷 정치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며 "인터넷 정치 활성화는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쥐어진 듯한 정치 트렌드가 되면서 긍정성과 부정성을 어느 때보다 빠르게 경험하고 있다"며 온라인 정치가 가져올 수 있는 여론 왜곡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