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김병기 의원이 각종 비위 의혹에 엮인 끝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원내 사령탑을 잃은 민주당은 당분간 격랑이 예상된다. 민주당에 원내 리더십 정비라는 선결 과제가 주어지면서, 연초 예고한 입법 드라이브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쿠팡 오찬' 논란을 시작으로 △고가 호텔 숙박권 찬조 의혹 △가족 특혜 진료 의혹 △보좌진 사적 업무 동원 의혹 △배우자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등이 붉어진 끝에 내린 결정이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1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20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의원은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의 표명 이유를 전했다.
김 의원 사퇴로 민주당은 당분간 원내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대표와 함께 '지도부 투톱'으로 주요 현안 대응을 지휘해 온 원내대표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내란 잔재 청산과 개혁 입법을 주도한다고 김병기 원내대표가 참 수고가 많았다"며 김 의원 사퇴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내대표의 빈자리는 향후 즉각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내년 초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을 보완할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신천지 중심의 정교 유착 의혹을 규명할 특검 도입을 벼르고 있는데, 다른 당과의 법안 협상은 원내가 담당한다. 당분간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 직무를 대행하게 되는데, 그가 의원과 당원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만큼 협상에 힘이 온전히 실리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원내대표는 다른 당과의 협상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재량권이 꽤 크지만, (대행을 하게 된) 문 원내수석에게 그 정도 권한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협상 과정에서 지도부와 의원들의 '결재'를 받아야 할 일이 많아질 수 있는데, 그러면 법안 하나를 추진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다만 정 대표는 이날 "개혁·민생 입법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의 주요 법안 처리가 늦어지지 않을 거란 취지로 말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내년 1월 11일 치러진다. 원내대표와 3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등 4명의 지도부가 동시에 뽑히는 셈이다. 최고위원 3자리를 둘러싼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선거전까지 더해지면 당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파 간 물밑 암투는 더욱 치열해질 거란 관측이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한병도·백혜련·박정·이언주·조승래·김영진·서영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재적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