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美·中 관계,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할까 [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5.12.31 00:00 / 수정: 2025.12.31 00:00
패권경쟁 가열, "예정된 전쟁" 가능성 여전...美국가안보전략은 ‘공존’ 시사
‘팍스 아메리카나’ 美, 세계전략 오판 말아야
현재 세계 정세는 중국이 패권국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인데,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향후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현재 세계 정세는 중국이 패권국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인데,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향후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신흥 세력이 지배 세력을 위협할 때 가장 치닫기 쉬운 결과가 바로 전쟁이다. 그것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출간한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라는 틀로 현재의 미중관계를 조명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서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 상황에서 따온 말이다.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당시 패권국이었던 스파르타가 신흥국 아테네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낀 결과였다고 기술했다.

앨리슨 교수는 이 틀을 활용해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초강대국과 도전세력의 충돌 사례를 설명했다. 모두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가 있었는데 12차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면서 강대국들이 긴장관계에 접어들면 평화적 공존보다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확휼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면적으로 비화하지 않은 사례에는 15세기말 세계무역을 놓고 힘을 겨뤘던 포르투갈(지배세력)과 에스파냐(신흥세력), 그리고 20세기초 서구세계 해상패권을 높고 경쟁했던 영국과 미국, 2차 세계대전 종식이후 반세기 가량 이어진 동서 냉전대결 등이 있었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를 제시하려 애썼다.

실제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국에 오른 이후 소련과의 이념과 체제 대결(자본주의 vs 공산주의)에서 끝내 승리했다. 또 한때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세계 자본주의의 축으로 부상한 독일과 일본의 도전은 미국을 대체하는 헤게모니 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끝났다.

중국이 패권국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인데,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향후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재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2026년 새해 세계정세도 바로 이 큰 틀의 향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이 ’예정된 전쟁‘을 향해 치달을 것이라는 시각과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복합적 질서‘가 창출될 것이라는 견해가 교차한다. 필자는 과거 상하이 특파원 시절 ’미국의 아이러니‘를 체감한 적이 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사실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패권도전국 소련을 동아시아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과 화해 협력을 선택했고, 이를 바탕으로 소련을 소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강력히 지원하면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욱일승천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미국의 ’배신감‘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런 중국을 반드시 굴복시키겠다는 미국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패권국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연장하려는 세계전략인 셈이다.

다만, 중국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5일 공개한 외교·안보 분야 최상위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이 중국을 얼마나 의식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질서를 떠받들 수 없다"고 선언한 대목에서는 미국이 세계패권을 내려놓고 중국과의 ’공존‘ 또는 ’다극화 질서‘를 용인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에서 6년 4개월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 ’희토류 카드‘를 갖고 있는 중국에 한발 물러서는 미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적어도 이번 담판은 미중 양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탐색한 회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의 한때 도전을 가볍게 물리쳤던 패권국 미국의 세계전략을 오판해선 안될 것이다. 이번 미국의 NSS에서 확인되듯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기조는 굳건하고,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인 세계 최강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언제든 ‘디커플링(탈동조화) 갈등’을 일으키며 세계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긴장과 협력이라는 양갈래 길이 놓여져있는 미중 패권 경쟁의 변화무쌍한 양상에 새해에도 세계인들은 숨죽이며 시선을 돌려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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