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대로 연내 청와대 이전을 완료하면서 80년 가까운 역사가 담긴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아울러 참모진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면서 소통과 실용이라는 국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9일 오전 0시를 기해 용산 청사의 봉황기를 하기하고 청와대에 게양했다. 동시에 공식 명칭도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돌려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은 이전한 지난 2022년 5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공간인 청와대로 복귀한 셈이다.
청와대는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당시 '경무대'를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모든 대통령이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하면서 그 자체로 대통령을 뜻하는 의미로 통용됐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했고, 공식 명칭도 청와대에서 대통령실로 바꿨다. 이전과 함께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만 집무실 이전을 추진한 건 아니었다.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전 대통령 등도 이전을 타진했으나 보안·경호 등 현실적인 이유로 현실화되지 않았다. 많은 대통령이 이전을 추진한 것은 문 전 대통령의 "구중궁궐"이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나는 폐쇄성이 주된 이유였다.
청와대 부지는 약 25만㎡ 규모로 왕정 시절 궁궐을 연상시키는 수준이다. 또한 특유의 지리적·구조적 폐쇄성으로 '밀실정치'라는 곱지않은 시선도 항상 따라다녔다. 다만 용산 이전을 둘러싸고 제기된 윤 전 대통령을 향한 갖은 의혹과 함께 용산 시대가 비상계엄-탄핵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맞이하면서 청와대 복귀 여론에 힘이 실렸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 복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내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타임라인도 제시했다. 이후 흔들림없이 계획을 이행하면서 결국 해를 넘기기 전 청와대로 첫 출근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강유정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을 연내 마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데 첫번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직접 언급하기도 했고, 그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다시 청와대로 돌아오면서 과거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소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취임 이후 투명한 국정운영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국무회의, 업무보고 등을 생중계하고, 언론 브리핑도 질의응답까지 모두 공개하는 등 의지를 보여온 만큼 이 대통령에게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이 대통령은 우선 공간 배치로 이같은 과제를 풀어나가려는 모습이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본관 외에 참모진 업무 공간인 여민관에도 별도 집무 공간을 마련했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같은 동에서 일하면서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본관과 여민관은 500m가량 떨어져 있다.
아울러 용산 청사에서 따로 오픈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것처럼 청와대에도 다양한 언론·뉴미디어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이전 뒤에는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욱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hone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