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람<하>] 보좌진들 '쉼터' 된 의무실…국회 내 인기 1위는?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12.26 00:00 / 수정: 2025.12.26 00:00
손목·허리·목 통증 달래는 국회 내 숨은 공간
코 고는 사람부터 업무 전화 받는 이까지 다양
국회는 입법의 공간이자 5000여 명 구성원들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2층에 있는 국회 의무실 안내판. /이하린 기자
국회는 입법의 공간이자 5000여 명 구성원들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2층에 있는 국회 의무실 안내판. /이하린 기자

<상>편에 이어

국회는 입법의 공간인 동시에 5000여 명이 매일 출근해 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나의 소도시인 셈이다. 의원과 보좌진, 국회 출입기자는 업무 중 몸이 아프거나 용모 단장이 필요할 때 어디를 찾을까. <더팩트>는 국회 안에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그 일상을 기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엔 나름의 '도피처'가 있다. 바로 의무실이다. 특히 주52시간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은 잦은 회의나 돌발 일정, 고용의 불안정성이 겹쳐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 의무실은 국회 소속 직원들에게 단순히 진료를 제공해 주는 것을 넘어 휴식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본관 내과의 경우 2000년, 치과는 2001년, 한방진료실은 2014년부터 운영 중이고, 의원회관의 경우 내과(2004년)와 한방진료실(2016년)이 설치돼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돼 오고 있다.

국회 의무실은 단순 진료를 넘어 국회 소속 직원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국회 본관에 위치한 내과 내부 모습. /이하린 기자
국회 의무실은 단순 진료를 넘어 국회 소속 직원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국회 본관에 위치한 내과 내부 모습. /이하린 기자

기자가 직접 평일 오후 국회 본관·의원회관 내과에 각각 방문했을 때, 접수부터 진료실 입장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지 않는 것은 국회 의무실의 특징 중 하나다. 민간 병원과는 달리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국회 구성원의 건강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접수대 앞에 신규·재진 구분하는 종이 서식에 맞춰 이름과 소속, 증상을 간단히 적으면 된다. 기본적인 내과 진료와 물리치료의 경우 무료로 제공된다. 본관 내과의 경우 환자 수는 하루 평균 20명 안팎이라고 한다. 민간 병원과 비교하면 환자 수는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운영 내규로 제한된다. 지난 2020년 개정된 내규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국회공무원 당사자 및 가족 △대한민국헌정회 △그밖에 국회 업무와 관련된 자로서 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을 진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회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경우 출입기자 등도 예산과 진료 여건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본관 1층과 의원회관 2층에 있는 한방진료실을 찾는 국회 직원들의 발길이 잦다. 한방진료실은 이용 인원이 2022년 1만 4899명부터 2023년 1만 6291명, 2024년 1만 7935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1월 1일 기준 국회사무처를 통해 확보한 국회 인력 통계에 따르면 국회사무처(5023명), 국회도서관(413명), 국회예산정책처(176명), 국회입법조사처(171명) 종합하면 5783명이다.

국회 소속 직원들의 도피처로 기능하는 국회 의무실 중에서는 특히 한방진료실이 인기가 많다. /이하린 기자
국회 소속 직원들의 '도피처'로 기능하는 국회 의무실 중에서는 특히 한방진료실이 인기가 많다. /이하린 기자

기자가 의원회관 한방진료실을 찾아 직접 경험해 보니, 출입증을 제출한 뒤 이름과 전화번호, 소속 등을 적어내는 절차가 이어졌다. 이후 방문 사유를 간단히 확인한 뒤 진료 순서를 안내받는다. 내과와는 달리 한방진료실은 일정한 진료 대기 시간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2~3명 정도가 진료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진료실 내부에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업무 전화를 받는 이들도 있었다.

손목에 통증이 있어 한방진료실을 방문한 보좌진 A 씨는 "허리 아플 때도 방문해 봤지만, 손목으로는 처음 방문해 봤다"며 "침을 맞으면 그래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일을 하러 올라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방진료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 또 다른 보좌진 B 씨는 "업무 시간 중에 40분가량을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치료받는 동안만큼은 잠시라도 쉴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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