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통일교 특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방향을 틀면서 또 다른 특검 정국 도래가 임박했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거나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진영을 불문하고 제기되면서, 실제 특검이 출범할 경우 여야 모두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와 깊게 유착된 정당의 경우 존폐 기로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요구한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국민의힘은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마치 민주당이 뭐라도 있어 통일교 특검을 회피하는 줄 알고 앞장서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며 "하여 말씀드린다. 통일교에 대한 특검, 하자"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 21일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과 관련한 내용을 합의했다. 통일교와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한 수사와 함께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 등이다. 이들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번진 직후 특검 도입을 주장해 왔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의힘 주장 통일교 특검은 절대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특검 도입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압도하자 전격 수용한 것으로 읽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특검 수용)는 당내에서 계속 민심 흐름을 보고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긴밀하게 조율해 왔다"고 했다.
민주당 동의로 특검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연초부턴 통일교 특검 정국이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현재 통일교로부터 금품이나 후원을 받았다고 언급되는 인물들이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만큼, 특검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여야 모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미 전 전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특검에 구속된 상태다. 통일교 관계자가 지난 16일 법정에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정치후원금을 건넸다고 증언하면서 통일교와 정치권 유착 의혹은 연일 증폭되는 상황이다.
만일 특검 수사 결과 통일교 유착 인사를 다수 배출할 경우, 정당을 불문하고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경우 정교유착 굴레에 빠지면서 개혁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이재명 정부 국정 동력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프레임에 통일교 유착 의혹이 더해진다면 위헌정당해산심판 직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특검이 출범할 경우 "지금까지 은폐되거나 누락된 민주당 계열 인사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통일교 특검 수사는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통일교 특검' 추진과 관련해 각자 자체 통일교 특검 법안을 제출하고, 세부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가 특검 추천권 등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지 못한 만큼, 특검 추진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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