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정부가 남북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한다. 제재 무용론을 고수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남북관계와 관련한 통일부 역할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그 일환으로 5·24 조치 해제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장관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남북 간, 다자 간 교류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남북 간 적대가 완화할 수 있도록,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 역할은 역시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통일부 주도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논의 테이블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미국 측으로부터 제재 유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무용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모두 제재 압박 고립 국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거듭 제재 완화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번 업무보고를 계기로 외교·안보 부처 간 일치된 입장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참모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는데, 정 장관과 대북정책을 두고 엇박자를 보인 외교부와 국가안보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완전 단절 시대에 어떻게든 바늘구멍이라도 뚫으라는 것이 대통령의 명령"이라며 "통일부뿐 아니라 외교·안보 부처가 일심동체 해서 뚫어내야 할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안보 부처의 존재 이유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외교, 안보, 대북관계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며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이 원칙과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해 북한의 수요가 예상되는 교류 협력 방안들도 제시했다. 북한을 통과하는 '서울~베이징 고속철도'와 '북한 원산갈마 평화 관광 3단계 추진안'이다. 원산갈마의 경우 재외동포 개별 관광, 남북중 환승관광, 우리 국민 관광 순으로 계획됐다.
아울러 정 장관은 '신(新) 평화교역시스템' 구축을 언급하며 "북한이 광물과 희토류 등을 남쪽에 수출하고 그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자금중개 계좌)에 입금하면, 북한이 필요한 민생용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해 "엄연한 제재의 틀 속에서 구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북한도 우리에게 묻는 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 방침이 제기된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5·24 조치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다.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불허,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등을 골자로 한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한 질의에 "비공개 회의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이미 5년 전에 효과가 없다. 효력을 상실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사실은 사문화 상태"라고 답했다. 실제로 5·24 조치는 국제사회의 포괄적 대북제재에 따라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 이를 폐기하는 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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