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장동혁 지도부가 '친한(친한동훈)계'에 대한 징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의 축출 과정과 유사해 '데자뷔'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윤리위원장 인선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계를 대놓고 배제하고 있는 당 지도부의 태도가 지난 2022년 이 전 대표를 쫓아낸 과정과 닮아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전 대표도 지난 18일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지도부를 향해 "저를 찍어 누르고 싶으면 그냥 저를 하시라. 다른 사람들을 (향해) 이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서 당을 우스운 당으로 만들지 말라"고 밝혔다. 한 친한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건널목에 빨간 불인데 건넜다는 이유로 감옥까지 넣는다는 식"이라면서 "김 전 최고위원에 이어 한 전 대표까지 건드리면 지지하는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부터 당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말도 드렸다"며 한동훈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이자 최근 '당원권 2년 정지'를 받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107명의 의원들이 모두 절벽을 향해 가면 그중에서 몇몇 사람은 '일로 가면 안 돼, 우리 큰일 나'라고 외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판하는 이에 대한 당내 포용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이 전 대표의 '당 퇴출' 과정은 정치적 갈등이 당내 징계 국면으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당대표 재임 당시인 2022년 7월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의혹(품의유지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았다. 이어 당 소속 의원들에 모욕적·비난성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1년이 추가됐다. 이 전 대표는 총 1년 6개월 당원권 징계 처분을 받아 사실상 당 밖으로 퇴출당했다.
당시 윤리위는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인사를 겨냥해 '양두구육'(양머리를 내걸고 개고리를 판다) 등의 표현을 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로 인해 당대표직을 상실한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소송을 벌이다 결국 당을 떠났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대표적인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을 언급하며 '윤핵관'(윤석열핵심관계자)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장 대표의 강경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징계를 통해 당내 세력을 축출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보수당 내부에 주류와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당무 감사 결과 발표도 임박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방선거 모드로 들어가기 전, 장 대표가 당내 잡음을 없애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내에 내부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 '바른 소리'를 하면 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신임 윤리위원장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변수가 남아있다. "불의에는 대가 따라야 한다"며 강경 노선을 타고 있는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보다 '더 센' 사람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가 윤리위원장에 강성 인물을 임명해 친한계를 확실히 정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원권 정지 등 징계 조치가 확정되면 그들에겐 굉장히 정치적인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친한계 의원들은 "장 대표가 한 전 대표까지 건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