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난 억울"…김병기, 쿠팡 오찬 논란에 몸살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12.20 00:00 / 수정: 2025.12.20 00:00
정동영, 통일연구원을 통일부 산하로 이관 요청
청와대 이전 본격화…대통령실, 이사 작업 분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의 오찬 논란에 대해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남윤호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의 오찬 논란에 대해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업무보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국민주권의 구현이라고 긍정 평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 예능쇼'라고 비난하고 있다. 불쑥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여론이 분분하지만 업무보고 자체가 국민적 관심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투명한 국정운영은 꼭 자리 잡아야 할 부분이다. '깜깜이 국정'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여야는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의 수장과 만남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집안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급기야 최고위원들이 공개 석상에서 설전을 벌인 일도 벌어졌다. 과연 여야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추운 겨울에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훈훈한 소식을 전해줄 수는 없는 걸까.

김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쿠팡에 근무 중인 전직 보좌진의 인사 문제를 언급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배정한 기자
김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쿠팡에 근무 중인 전직 보좌진의 인사 문제를 언급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배정한 기자

◆식사 논란에서 인사 청탁 의혹까지…김병기의 '꼬꼬무 의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쿠팡 오찬 의혹으로 계속 몸살을 앓고 있다고?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한 달 전 쿠팡의 박대준 당시 대표와 오찬한 것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어. 국감을 앞둔 시점에 여당 원내대표와 피감기관 수장의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거야. 당시 쿠팡은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 검찰 외압 의혹, 잇단 산재 사고 등으로 정치권의 표적이 된 상황이었어.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은 사람을 만나는 게 직업"이라며 직원 4~5명도 함께한 공개적인 만남이었다고 해명했어.

-그런데 100% 공개 만남이었다는 해명과 엇갈린 정황이 나와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어. 김 원내대표와 박 전 대표가 오찬 때 단둘이 대화한 시간이 있었고, 약 70만 원 상당의 식사비가 결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까지 거론됐지. 김 원내대표는 "3만8000원짜리 파스타를 먹었다"고 반박했지.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회사 관계자 사이의 통화 녹취에서 박 전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무언가를 보여줬지만, 내가 알아서는 회사에 도움이 될 게 없을 것 같아 외면했고 거절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회사 관계자 사이의 통화 녹취에서 박 전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무언가를 보여줬지만, 내가 알아서는 회사에 도움이 될 게 없을 것 같아 외면했고 거절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오찬 이후 김 원내대표 보좌진 출신 쿠팡 임원 두 명 중 한 명은 해외 발령, 한 명은 해고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은 인사 청탁 문제로 번졌어. 박 대표와 쿠팡 관계자 사이에서 이뤄진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는데, 녹취 속 박 전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뭘 보여줬는데, 내가 알아서 회사에 좋을 게 없는 것 같아서 외면했다"고 했어. 결정적으로 박 전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도 했는데, 이를 두고 인사 청탁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지.

-김 원내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어. 격앙된 표정으로 "아무거나 다 질문해달라. 감출 게 뭐가 있냐"고 반박했어. 취재진과 만나기 직전 원내대표실 앞 한 방송사 부스를 지나가며 "방송에 출연시켜달라. 난 억울하다"며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리기도 했지. 전직 보좌관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선 보도를 전제로 말하기엔 부담스럽다면서도 "쿠팡에 근무하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의원실을 만나려 하고 나를 팔고 다니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지. "앞으로도 필요하면 누구든지 만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그런데 여권 지지자 커뮤니티에서 김 원내대표의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더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통일부 역할' 강조...정동영, 통일연구원 카드 꺼낸 이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통일연구원을 통일부 산하로 이관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했더라.

-응. 정 장관은 1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인 통일연구원을 통일부로 이관해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건의했어. 표현도 꽤 직설적이었지. "대통령께서 선물을 하나 주십사 하는 부탁"이라고까지 했거든.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꺼낸 배경이 있을까.

-통일부의 역할을 분명히 하려는 공개적 메시지로 보여. 정 장관은 외교부엔 국립외교원, 국방부엔 국방연구원, 국정원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있는데 "통일부만 싱크탱크가 없다"고 짚었잖아. 북한 문제 주무 부처임에도 기반이 약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들이 있어.

-통일연구원이 통일부 소관으로 가도 괜찮을까.

-정 장관은 IMF(국제통화기금) 시절 통폐합 과정에서 통일연구원이 통일부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설명했어. 즉, 통일연구원이 원래 통일부 소관이었다는 거지. 또 정 장관이 "힘 있는 부처는 다 남았고 통일부는 힘이 없어서 분리됐다"는 표현까지 쓴 걸 보면 이번 요구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통일부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려는 신호로 읽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최근 정 장관 발언들을 보면 통일부의 역할 구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더라.

-일관된 메시지들이 나오는 것 때문 아닐까 싶어. 지난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선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에 관해서는 주권의 영역"이라며 "동맹국과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강조했지. 최근 한미 협의 과정에서 외교부 중심으로 대북정책이 흘러가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들이 나와.

-실제 외교부와 통일부 간 엇박자도 이어졌고. 최근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를 두고 통일부가 불참을 결정한 게 상징적이지. 외교부는 대북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회의라고 했지만, 통일부는 선을 그었잖아.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은 통일부 소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태도 같아.

-결국 통일연구원 이관 요구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네.

-내년부터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통일부가 정책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메시지 같아. 싱크탱크 확보는 상징이면서도 실질적인 힘이라는 의견이 있어. 정 장관이 공개적으로 이 카드를 꺼낸 건 북한 문제 관련해 통일부 역할을 중심에 세우겠다는 선언으로 읽혀.

이재명 정부가 올해 안으로 청와대로 복귀하기 위해 이전 작업이 한창이다. /송호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올해 안으로 청와대로 복귀하기 위해 이전 작업이 한창이다. /송호영 기자

◆이제 청와대로 간다…분주한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업무보고가 화제인 가운데 대통령실은 다른 일로 또 분주하다고.

-맞아.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청와대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이사 준비로 바쁜 모습이야. 업무시설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이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고, 대통령 관저는 경호 등 문제로 내년 초쯤 옮길 것으로 전망돼.

-대통령실이라는 큰 조직이 터전을 옮기는 만큼 보통 작업이 아닐 것 같아.

-청사는 부서마다 짐을 옮기고 차량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야. 담당 인력들은 쉴 새 없이 짐을 나르고 있고, 공간 곳곳이 점점 비어가는 게 눈에 보여. 구내식당과 매점 등 편의시설도 이달 초부터 차례로 문을 닫으며 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어.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로 복귀하면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용산 대통령실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더팩트 DB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로 복귀하면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용산 대통령실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더팩트 DB

-기자실도 일하랴, 이삿짐 싸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야. 각자 물품을 포장한 상자가 곳곳에 쌓여 있고, 다양한 장비들도 옮기고 있어. 아쉬운 건 청사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촬영이 금지되기 때문에 기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다는 점이야.

-기자들은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 청와대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당시 경험을 전해주기도 하면서 앞으로 일할 공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청와대 생활을 짐작해 보고 있어. 당장 청와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현재 대통령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설도 아무래도 용산 청사보다는 노후화됐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어. 그래도 청와대는 워낙 역사와 상징성이 있는 곳인 만큼 기대감도 있는 분위기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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