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저격 당하고, 웃음보 터지고…양향자의 수난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12.20 06:00 / 수정: 2025.12.20 06:00
양향자 웃음에 중단된 국힘 지도부 회의
국회 찾은 정원오…미묘한 자신감 드러나
국민의힘 양향자·김민수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남윤호·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양향자·김민수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남윤호·남용희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힘 천막 농성장서 일어난 기싸움 뒷이야기

-국민의힘 천막 농성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순간이 있었다며?

-맞아. 지난 15일 오전 국회 본청 앞 설치된 국민의힘 농성장 앞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어난 일이야. 안 그래도 갑작스럽게 추워진 겨울 날씨에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취재진 모두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 그런데 회의 막바지에 김민수 최고위원의 돌발 발언으로 현장은 더 차갑게 식어버렸어.

-김 최고위원이 뭐라고 말했길래?

-김 최고위원은 마지막 발언자인 김도읍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추가 발언 좀 드리겠다"며 마이크를 들었어. 갑작스러운 김 최고위원의 행동에 지도부와 취재진의 눈은 모두 그에게 쏠렸어. 김 최고위원은 딱딱하면서도 빠른 어투로 "양향자 최고위원의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말했어.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지적하며 지도부의 강경 기조를 비판한 양 최고위원을 직격한 거야. 정부·여당의 실책을 공격하는 데 당력을 집중할 때 내부 공격을 하는 게 맞느냐는 게 김 최고위원 입장이야. 대본 없이 정면을 직시하며 말들을 쏟아내는 김 최고위원 모습은 다소 격양돼 보이기도 했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민수 최고위원(왼쪽부터), 송언석 원내대표, 장 대표, 신동욱 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 /남윤호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민수 최고위원(왼쪽부터), 송언석 원내대표, 장 대표, 신동욱 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 /남윤호 기자

-양 최고위원 반응은 어땠어?

-김 최고위원 발언 내내 양 최고위원은 아무 표정 없이 앞만 직시하며 고개를 끄덕였어. 다만 추운 날씨 때문인지, 당혹스러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리를 가만두지 못하더라고. 김 최고위원은 마지막으로 "제 발언에 이의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토의를 진행해도 좋다"고 했지만 장동혁 대표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두 사람 간 설전은 그렇게 마무리됐어.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다 아무 표정 없이 자리를 뜨더라고.

-비공개회의에서도 두 사람 간 기싸움이 이어졌대?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의하면, 관련 이야기가 전혀 오가지 않았대.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모두 당황했던 건 사실 같아.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비공개회의에서 했어도 됐을 텐데'라는 식의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았거든. 현장에 있던 한 의원은 <더팩트>에 "우리가 추운 날 천막 농성을 하며 여기서 회의를 연 이유는 정부·여당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그런 자리에서 양 최고위원의 비판 대상이 장동혁 대표와 당이 되니 당황스러웠다"면서도 "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갈등만 노출됐다"고 지적했어.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업무보고를 잡도리쇼라고 발언한 뒤 웃음이 터져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업무보고'를 "잡도리쇼"라고 발언한 뒤 웃음이 터져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이재명의 잡도리 쇼" 얘기하다 빵 터진 양향자

-이번엔 양 최고위원의 웃음보가 터져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잠깐 멈춰 섰다면서?

-지난 18일 양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부처 생중계 업무보고를 두고 "공공기관장 잡도리쇼"라고 비판하면서야. "이 대통령의 생방송 업무보고회, 이른바 '공공기관장 잡도리쇼'가 한창"이라고 운을 뗀 이후 갑작스럽게 '공백'이 생겼지. 본인이 말하고 본인이 '빵' 터졌기 때문이야.

-현장에서 취재하며 봤을 때 자신이 쓴 '잡도리'라는 표현에 웃음이 터진 것 같아. "원래…"라고 말하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숨기고 발언을 이어가려고 했어. 그는 연신 "죄송하다"며 다시 발언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발언 중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지. 이어 나가는 발언에서 양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웃음 때문에 잠깐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1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웃음' 때문에 잠깐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1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배정한 기자

-지도부는 당황스러웠겠다.

-양 최고위원의 웃음이 처음 터졌을 당시엔 분위기가 싸했어. 당 지도부 중 한 명은 "쓰읍"이라면서 양 최고위원에게 눈치를 주더라. 하지만 양 최고위원은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몇 차례 시도에도 발언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어. 결국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고 결국 송언석 원내대표도 입을 가리고 웃더라. 촌극으로 마무리됐지.

-이후 회의는 어떻게 이어졌어?

-양 최고위원의 옆자리인 신동욱 최고위원이 물을 따라줬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비상사태가 발생해 제가 먼저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어. 발언 순서를 바꿔 김 최고위원의 차례가 끝난 뒤 양 최고위원이 발언을 이어갔어. 양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공공기관이 즉석 퀴즈를 내고 못 맞히면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는 예능 프로로 변질됐다"고 비판했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면담 후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면담 후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국회 찾은 정원오…숨길 수 없던 지지율 1위 '자신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국회를 찾았다고?

-지난 18일이었어. 다름 아닌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지.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정 구청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거라고 해. 애초 두 사람의 만남 계획은 사전에 언론에 공지되지 않았고, 다소 갑작스럽게 알려졌어. 내년 6·3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공천 작업을 총괄하는 당대표와 유력 서울시장 후보의 만남인 만큼 당연히 언론 주목도도 컸지. 서울시장 출마가 확실시되는 정 구청장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이날 정 대표 예방으로 사실상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느낌을 줬어.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나눴어?

-면담을 마치고 나온 정 구청장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를 정 대표와 나눴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어. 신중한 성향의 정 구청장이지만, 이제는 굳이 서울시장 도전 의지를 감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 정 구청장은 "먼 길을 가기 위한 채비"라고 이날 면담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출마 선언 예고편' 같은 분위기도 흘렀어. 정 대표는 정 구청장에게 후보 간 비방전을 자제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긍정적 경선을 당부했다고 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 후 취재진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는 모습. /뉴시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 후 취재진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는 모습. /뉴시스

-정 구청장에게 미묘한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맞아. 원래 정 구청장은 중앙 정치권에서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지. 그래서 큰 정치 무대 경험도 다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에 비해 부족하고, '이슈 몰이'나 '언론 대응'에 약점을 보이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야. 그런데 이날 국회를 찾은 정 구청장은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면담 종료 후 갑작스러울 수 있었던 취재진의 브리핑 요청에 흔쾌히 응했고, 3분 정도 진행된 짧은 질의응답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망설임 없이 했어. 브리핑을 마친 뒤 일일이 기자들과 인사할 때도 유머를 섞으면서 응대하는 등 여유 넘치는 모습이었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여.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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