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15일 한미 외교 당국 간 개최를 논의 중인 '정례적 대북 정책 공조 회의'에 대해 "대북 정책은 통일부가 주무 부처"라며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북 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교류·협력과 대북 제재 문제 등을 조율하기 위해 창설된 협의체다. 대북 정책에 있어 한미 간 신속한 의견 수렴을 위해 꾸려졌지만, 미국이 남북 협력 사업을 엄격히 심의해 남북 관계에 족쇄를 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9년 1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대북 지원은 워킹그룹이 타미플루를 싣는 화물 차량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 무산된 바 있다. 그해 2월 금강산 남북 민간교류 행사에선 워킹그룹 승인 지연으로 취재진이 노트북과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했다.
결국 한미 워킹그룹은 2021년 6월 폐지됐는데 한미 외교 당국 간 개최를 논의 중인 이번 정례적 대북 정책 공조 회의가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이 될 수 있다는 게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우려다.
전직 장관들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실무 부처의 의견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미국 실무자들과의 대북 정책 협의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미국 실무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가 참여하는 한미 정책 협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장관들이 언급한 미국 실무대표는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인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16일 개최되는 한미 대북 정책 공조 회의에는 김 대사대리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달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북 유화책의 속도 조절과 대북 제재 압박 지속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장관들은 외교부 차원의 대북 정책 관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 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 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라며 "과거 남북 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이 없고 남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 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 장관들은 "대북 정책은 통일부가 주무 부처이며 경제, 군사, 인도, 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중심이 돼 남북 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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