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우 의장 긁혔나?' 뒷말 많았던 나경원 '필버'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12.13 00:00 / 수정: 2025.12.13 00:00
역대 최초 업무보고 생중계…긴장 분위기 녹이는 李
정동영, 통일교 의혹 일축…"금품 수수 의혹? 낭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8대 악법 대국민 포기선언하라, 사법파괴 5대 악법 국민입틀막 3대 악법’이 적힌 피켓을 들고나왔다. /남윤호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8대 악법 대국민 포기선언하라', '사법파괴 5대 악법 국민입틀막 3대 악법’이 적힌 피켓을 들고나왔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세밑 정국에서 여야의 대치는 지속되고 있다. 누구도 눈치를 보지 않는, '그들만의 정치'는 평범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극단을 달리는 정쟁은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정치는 무엇인가' '왜 정치를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고민이 많아 진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치라면, 모두 교체하고 싶다는 국민의 비판을 알기나 할까. 이번 주,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에서 있었던 일들을 짚어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9일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선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관련 없는 발언을 한다며 제지했다. 사진은 이날 우 의장과 나 의원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 /남윤호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9일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선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관련 없는 발언을 한다며 제지했다. 사진은 이날 우 의장과 나 의원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 /남윤호 기자

◆61년 만에 꺼진 필리버스터 마이크…'인사' 안 해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잖아. 우원식 국회의장과 나경원 국민의힘이 언쟁을 벌이는 등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던데.

-응. 지난 9일 나 의원은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단상에 오르면서 우 의장에게는 인사를 안 하더라고. 우 의장이 "인사 안 하는 거냐"라고 따져 묻는데도 무시하더라. 민주당 의원들은 관행에 맞지 않다고 화를 냈는데 나 의원은 "민주당이 그럴 자격이 있냐"라고 맞받았어.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점한 걸 두고 관행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거지.

-발언 중인 의원의 마이크를 꺼버리는 드문 일도 발생했잖아.

-나 의원이 고작 10분 정도 발언했을 시점이었지. 우 의장은 계속 나 의원에게 국회법상 정해진 의제에 벗어난 내용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 근데 이걸 두고 우 의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 의제와 직접 관련 없는 발언도 제도 취지상 허용됐고, 과거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 발언을 이날보다 더 엄격하게 보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더라. 필리버스터 도중에 마이크가 꺼진 건 김대중 정부 이후 61년 만이라고 하더라고.

-때문에 나 의원이 인사를 안 했을 때부터 이미 우 의장이 속칭 긁힌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더라. 우 의장이 '자기 정치'에 심취해있다는 말이 나오던 상황이었기도 해. 우 의장은 지난주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서 열었던 행사에서도 '의장 위주'로 꾸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꽤 나왔거든. 결국 이번 마이크 사건은 절차와 규칙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해석'이 먼저 따라붙는 국회 현실을 드러낸 셈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뉴시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말하시라"…'생중계 업무보고' 분위기 풀어주는 李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전 과정을 생중계하더라.

-맞아. 외교·안보 등 일부 보안이 필요한 사안을 제외하고 역대 처음으로 모두 생중계하고 있어. 특히 너무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로 끌어가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는 평가야.

-사실 공직자들 처지에선 대통령 업무보고 자체가 상당한 부담인데 생중계까지 하다 보니 초긴장 상태였다고 해. 평소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어정쩡한 보고나 대답하는 관료를 지적하는 모습을 보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일까. 이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모습이 눈길을 끌어.

-이 대통령은 맨 처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모두발언 서두부터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는다고 하니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많았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운을 뗐어. 이어 "(공직자 중) 압도적인 다수는 본래 역할에 충실히 일 잘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공적으로 공평하게 일하려 노력한다"고 격려했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 편하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보고를 받으면서도 수시로 농담 섞인 또는 재치 있는 언행으로 긴장을 덜어주는 모습이었어. 첫날 보고 때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비서실장도 고향에 왔는데 한 말씀 하시라"며 "훈식이형, 땅 산 것 아니에요"라고 말해 현장에 웃음이 번졌어. 김남국 전 대통령실디지털소통비서관이 인사청탁 논란 당시 메신저에서 사용한 '훈식이형'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거야.

-이튿날 방송통신전파진흥원 보고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니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로 가는 게 맞지 않냐는 취지로 질문했어. 기관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과기정통부 업무와 더 연관성이 있다고 답했고.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이쪽(과기부) 소속이 맞다, 그 말이죠?"라고 웃으며 정리하더라. 기관으로서는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룬 거지. 이번 업무보고 전반에 걸쳐 질책과 주문보다는 격려에 무게를 두는 것 같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뉴스토마토의 금품 수수 의혹 보도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은 정 장관이 이날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뉴스토마토의 금품 수수 의혹 보도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은 정 장관이 이날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확산 차단'에 방점…정동영, 빠른 반박 속사정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빠르게 반박 입장을 냈더라.

-맞아. 정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야인 시절 단 한 번, 10분 정도 만났을 뿐"이라며 금품 수수 의혹 보도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어. 그러면서 만남 시점과 장소, 동선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지.

-이렇게까지 빠르게 대응한 배경이 있었을까?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통일부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려는 한반도 평화 공존 구상이 장관 개인 의혹에 가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 같아. 정 장관은 11일 입장문 발표 이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도 "낭설"이라며 사안이 정책 이슈로 확산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30년 정치 인생 동안 금품 관련 사건에 이름이 오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정 장관이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30년 정치 인생 동안 금품 관련 사건에 이름이 오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정 장관이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경찰에선 윤 전 본부장 발언 이후 전담팀이 생긴 것 같던데?

-응.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특별전담수사팀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했다고 해. 반면 정 장관은 혐의점을 찾지 못해 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하지.

-그럼에도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는 부담일 수밖에 없겠네.

-정 장관은 "30년 정치 인생 동안 금품 관련 사건에 이름이 오른 적이 없다"고 해명했듯 해당 사안에 분개했어. 법적 대응까지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 같아.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해 '엄정 수사'를 지시했기에 이번 일로 문제가 생기면 통일부 장관으로서 공적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지. 그래서 초반부터 강경하게 선을 긋고 더 이상의 소모적 공방은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읽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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