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정청래…최고위원 보궐, '당 장악·추락' 분수령
  • 이태훈 기자
  • 입력: 2025.12.10 10:00 / 수정: 2025.12.10 10:00
정청래, '1인 1표제' 부결로 타격…곧장 '최고위 보궐' 시험대
'재신임 투표' 성격 분석도…친명 3명 당선 시 리더십 '휘청'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11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전 최고위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른다. 이번 보궐선거가 당내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의 대리전으로 비화하면서,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당 장악력에 변곡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11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전 최고위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른다. 이번 보궐선거가 당내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의 대리전으로 비화하면서,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당 장악력에 '변곡'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숙원인 '전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체면을 구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 보궐선거'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이번 보궐선거가 당내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의 대리전으로 비화하면서,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당 장악력에 '변곡'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명청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전 최고위원의 잔여 임기(약 6개월)만을 수행하지만, 친명계가 당 지도부 내에서 정 대표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잇달아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대결 구도로 비화하고 있다.

당장 이날 출마를 선언한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은 초장부터 정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친명계 원내·외 인사 최대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유 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서도 '강성 친명'으로 꼽힌다.

유 위원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고 의미 없는 편 가르기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당대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컷오프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등 정 대표를 연신 겨냥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당한 뒤 정 대표 측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온 인물이기도 하다.

친명계 현역 의원 중에선 이건태·강득구 의원의 출마가 거론된다. 두 의원은 정 대표의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이 의원은 지난 8일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는 뚜렷하지만, 성과보다 혼선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유는 단순하다. 대통령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당은 옆으로,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청래 지도부 행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수현 수석대변인, 정 대표, 한민수 의원. /남윤호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수현 수석대변인, 정 대표, 한민수 의원. /남윤호 기자

정 대표는 자신이 추진한 '전당원 1인 1표' 당헌 개정안이 지난 5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정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 성격까지 띤다는 게 민주당 내부 기류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가 9인 정원인 것을 감안할 때, 만약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3명의 친명계 최고위원이 더해질 경우 정 대표의 최고위 실권은 사실상 소멸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아울러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체 9명 최고위원 가운데 과반(5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게 된다. 1인 1표제 도입 문제로 최고위에서 공개적으로 정 대표를 겨냥한 이언주 최고위원과 선출 가능성이 있는 3명의 친명계 최고위원에 한 명만 가세하면 이론 상으로 정청래 지도부 와해가 가능하다. 정치적 역풍을 고려해 당장은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혹여나 내년 지방선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정 대표를 향한 압박은 최고위에서부터 분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친청계 인사들의 출마 선언도 머지않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청계에선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 임오경 당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 이성윤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에 "정 대표에게 주어지는 정치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선 '친청계'가 최소 한 명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최고위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번 보궐선거는 중앙위원·권리당원 투표를 각 50%씩 반영하는 만큼, 앞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지지세'를 보여준 정 대표 측이 불리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xo9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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