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가운데 여야 '실세'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상당 부분 증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 증액 과정에서 합의 당사자인 여야 원내대표단의 입김이 많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여야 원내대표단의 지역구에서 기존 정부안 대비 최소 347억 원 이상의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증액 현황을 보면 민주당의 경우 김병기 원내대표(서울 동작구)는 자신의 지역구에 사자암 불교전통문화관 건립 예산 2억 원을,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충남 천안)는 동면~진천 국도 건설(50억 원), 목천~삼룡 국도 건설(31억 600만 원)을 포함해 8개 사업이 증액되면서 169억 6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증액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두둑이 챙겼다. 송언석 원내대표(경북 김천)는 약 42억 원,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도 약 9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증액했다.
이를 두고 공개 자료 없이 지역구 예산이 크게 늘었다며 '쪽지 예산'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예결위 간사실과 예결 소위원회에서 실무 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지난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심사 자료에 없는 예산을 끼워 넣는 것이 쪽지 예산인데, 지금은 모든 예산이 상임위·예결위 질의 과정에서 공식 자료가 존재한다"며 "과거처럼 비공식적인 쪽지로 예산을 끼워 넣는 방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아쉬움과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애초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재명표 예산을 일부라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지적에 '소수 야당의 상황을 고려해 실리라도 챙기자'는 방침으로 대응한 결과 지도부의 지역구 예산만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국회 예결특위에 소속되지 않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소수 야당으로서 끝까지 버틸 수도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골고루 예산을 나눠주기보다는 주도권을 가진 분들이 자기 지역 예산을 챙기려고 하기 마련이다.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과거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같은 경우는 '우리 지역 예산 한 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한두 건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전부 다 자기 지역구 예산만 편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역시 소수의 당권을 가진 이들 중심의 예산 편성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예산 협의 과정에서 모든 국회의원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당권을 차지한 소수의 사람이 결정하다 보니 당내 민주주의 문제가 생긴다"며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앉은 것은 아닌 만큼, 당사자들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