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탁의 인사이트] '新애치슨라인' 우려 잠재운 美 국가안보전략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5.12.07 00:00 / 수정: 2025.12.07 00:00
다른 안보청구서는제1도련선 방어의지 강조하며 韓-대만 안심시켜
대신 中견제 역할 주문 "미국 혼자 할 수 없다"...방위비 증액
‘아메리카 퍼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이 내밀 ‘안보청구서’에는 갈수록 노골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장면. /대통령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이 내밀 ‘안보청구서’에는 갈수록 노골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장면. /대통령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우리는 제1 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다."

필자는 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NSS)의 내용 중에서 가장 먼저 이 대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지역 전략을 재정립하면서 새로운 ‘애치슨 라인’을 다시 그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발표한 ‘애치슨 라인’은 미국의 극동 방위선을 의미한다. 알래스카-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애치슨 라인에서 한국과 대만이 빠진 직후 북한의 김일성은 중국의 마오쩌둥과 손잡고 6.25 전쟁을 일으켰다. 이런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이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재등장과 함께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여러 차례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며 철군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앨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안보참모들은 한국과 대만이 스스로 방위 능력을 강화하고 미국은 중국 견제에 필요한 수준의 제한적 개입만 해야 한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 한국을 긴장시켰다.

만일 대만이 제외되면 중국의 무력 압박은 가속화될 것이고, 한국이 빠지게 되면 북한의 위협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5일 공개된 NSS를 보고 일단 그 우려는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제1도련선은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군사적 경계선인데 여기에 ‘확고한 군대 구축’을 약속한 것이 확인됐다.

한때나마 제1도련선의 미군 전력을 대거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 너머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이른바 ‘신(新) 에치슨 라인’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니 심경은 복잡해졌다.

NSS는 "미군은 이를 혼자서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 뒤 "동맹국들은 나서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은 "제1도련선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군이 자국 항구와 기타 시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체 방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침략 억제를 목표로 하는 능력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양국이 논의하는 ‘동맹 현대화’ 작업이 결국 한국의 방위비 분담확대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세계전략에 동참하는 의미임을 말해준다. 또 "다른 나라의 문제는 그들의 활동이 우리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경우에만 우리의 관심사"라거나 "어떠한 장기적인 미군 주둔이나 공약도 회피할 것"이라고 못박고 있어 주한미군과 한미방위조약이 상황에 따라 변화할 것임도 시사했다.

쉽게 말해서 ‘제1도련선에서의 방어대상’에 포함시켜 줄테니 중국 견제전선에서 미국과 손잡고 굳건하게 서있자는 것이다.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29쪽 분량의 NSS 전문에는 "미국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성공적인 국가로 남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로드맵"이라고 의미를 강조했지만 "미국이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도 했다.

역시 미국은 패권도전국 중국을 의식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이 내밀 ‘안보청구서’에는 갈수록 노골적인 내용이 담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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