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 사과 대신 역공을 택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고리로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강성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산 없다는 당내 불안감도 높아지면서 그의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장 대표는 끝내 계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통상 취임 100일을 맞아 하는 당대표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장 대표가 이날 계엄과 관련해 낸 공식적인 발언은 페이스북 메시지 단 한 건이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두고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옹호했다.
막판까지 계엄 사과 여부를 고민하던 장 대표는 이날 새벽 나온 추 의원 영장 기각을 보고 '사과보다는 반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법리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만큼 '내란 정당'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기 위한 기반으로 필요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함도 깔려 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바로 그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이 국민을 짓밟고, 역사를 거스르고, 헌법의 레드라인을 넘으면, 국민과 야당이 분연히 일어나 레드카드를 꺼내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메시지를 두고 당내에서조차 당혹감이 감지된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더팩트>에 "장 대표가 잘 나가다가 꼭 한 번씩 실수한다"라며 "애초 예상했던 수위보다 높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도 "사과하길 원하지 않는 지지자들을 고려한 것 같다"면서도 "오늘은 일단락됐더라도 장 대표에게 풀어야 할 숙제처럼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투톱'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사과'를 직접 언급했다. '계엄에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쏟아지는 요청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들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가 '비슷한 듯 다른' 계엄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당은 '투트랙' 전략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고, 장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까지 야당이 저지른 폭거에 대해 말했다"며 "그 두 메시지가 충돌하지 않고 연속선상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장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남겨둔 시점에 사과를 통한 외연 확장보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당내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계파를 떠나 장 대표에게 불만 의사를 표현하는 당내 분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며 "장 대표가 입장을 선회하지 않으면 그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의원들 사이에선 장 대표의 이날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당 의원 대다수가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라며 "장동혁 지도부가 지금 당원 다수의 마음을 대표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며 "몹시 실망스럽다. 보수 재건과 계몽령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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