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기습적인 계엄 선포와 이후 수습 과정에서 정부, 정치권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불확실성과 혼란의 시기를 겪었고, 이재명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후속 대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팩트>는 비상계엄 사태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남긴 상흔과 당사자였던 여야 의원들의 소회, 국회에 남은 숙제, 그리고 비상계엄 사태로 탄생한 이재명정부의 민생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당은 계엄 선포 시 국회 사전 동의제를 담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반면 야당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의결을 의무화하는 헌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개헌 논의를 주도할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아직 구성되지 않아 사실상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만큼 본격 논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국회 계엄 통제권 강화는 이재명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제시한 개헌 과제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연임제 △감사원 국회 이관 △국회 국무총리 추천권 부여와 함께 국회의 계엄 통제권 강화를 개헌 과제로 제안했다.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개헌특위 구성 논의는 멈춘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근 여야 원내지도부에 조속한 개헌특위 가동을 제안했지만 각종 현안과 정쟁에 밀려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의장실 관계자는 "특위 구성부터 이뤄져야 사안별로도 논의가 가능한데 의미 있는 진척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당은 이미 지난해 '계엄 선포 시 국회 사전 동의제'를 담은 계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며 내부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개헌 논의에도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헌법 77조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만 규정하고 있으며, 계엄 선포 자체에 대한 국회의 사전 동의 절차는 없다.
율사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는 구조적으로 여야가 나뉘어 권력이 분산돼 있는 만큼 더 강한 통제 권한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도 "계엄 관련 조항을 전반적으로 보완하고, 국정과제에 포함된 국회 통제권 강화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시기와 관계없이 반드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초선 의원은 "당내에서 지방선거 전 개헌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현재는 개헌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쪽으로 정리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내란 청산이 우선이라는 기조에 따라 개헌특위 구성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지금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정도의 사회적 여유와 체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반면 야당은 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정상 작동한 점을 근거로 개헌 필요성 자체에 회의적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계엄 해제 요구 절차도 이미 존재하고 효력도 발휘됐는데 더 강력하게 만들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학계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권력분산형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회의 사전 동의제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을 지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7년 이후 단 한 차례의 개헌도 없었던 만큼 개헌 필요성은 명확하다"면서도 "계엄 해제 의결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만큼 사전동의제 도입보다는 대통령 권한을 완화하는 방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시종 헌정회 헌법개정위원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위해 권력구조 분산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의결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국회 사전 동의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긴박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오히려 행정부 내부에서 위헌적 계엄 선포를 제어하지 못한 점을 문제삼아 계엄 전 국무회의 의결을 의무화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이 현실화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투표 가능 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과 불일치가 생긴다. 이에 연령 조정 등 선행 입법이 이뤄져야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
또한 여야 교착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개헌 논의는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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