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들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라고 한다. 그러나 특정 직군과 인구층,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국회의원 중 절대다수라면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시급한 민생 현안도 다수의 관심 밖이면 외면받기 일쑤다. <더팩트>는 지금의 국회가 '진짜 국민의 대표'로 기능하고 있는지 조명하고, 변화 방향을 함께 총 3회에 걸쳐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더팩트>는 특정 직군과 인구층이 과잉대표된 국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바람직한 변화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법조인의 국회 과다 진출로 인해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국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당의 좀 더 세밀한 공천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을 지낸 박상철 미국헌법학회 이사장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증가한 배경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극한으로 치달은 정치권의 공방에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전선이 국회가 아닌 정치권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여야 모두 상대의 사법 공세에 대응할 법조인 출신의 필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법조인이나 특정 성별, 연령대 인사의 국회 과잉진출이 지속되는 것은 현안 해결에 필요한 역동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법을 통한 해결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의원 남녀 동수법'이 첫 번째로 만들어졌다"며 "선거법 등 어떤 법 규범으로라든지, 최소한 정당이 당헌·당규에서 (특정 성별이나 배경 인사에 대한) 공천 강제 조항을 만든다면 남녀 동수까지는 안 되더라도 비슷하게 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가 입법 기관이라고 해서 (국회의원 모두가)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소위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 입법을 해야 하는데 (법조인같이) 국회에 특정 분야 종사자 출신이 20%가 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신 교수는 "특정 직종을 몇 퍼센트 공천한다는 식으로는 할 수 없다"며 입법을 통한 과잉대표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최대한도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공천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연공서열 비슷한 기준으로 공천하니 (지금처럼 특정 배경 인사들이 과잉대표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들의 국회 진출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한 사회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핵심 목표"라며 "국가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통합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사람들로, 성장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사람들로 (국회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 함양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당이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보고 국민이 자신들을 대표할 국민을 뽑아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아직 누구 편인지만 보고 뽑는 경향이 있다"며 "국민 대표를 뽑는 유권자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광재 동연정치연구소장은 "특정 직군 출신과 인구층이 과잉대표되어 국회의원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선출직의 특성상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면 적어도 비례대표 제도를 잘 활용해 법조인 같이 특정 직군이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는 현실을 조정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과 같이 제도를 활용한 과잉대표 규제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예를 들어 3선 이상은 동일 지역구에서 출마를 못 하게 하자는 법안들도 매번 발의되지만, 유권자 선택권을 제안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같은 법이 도입된다고 해도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