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無법지대②] 도입 여부 두고 '공방'만…'책임' 사라진 국회
  • 김수민, 서다빈 기자
  • 입력: 2025.11.25 00:00 / 수정: 2025.11.25 00:00
입법 책임 있는 국회 의견 갈려
"여성 경험·현실 반영돼야…당사자 중심 접근"
"낙태 자유롭게 하는 길 열려"
6년째 지속되는 낙태죄 입법 공백 상태로 인해 여성들이 음지의 유산유도제(임신중지약)에 내몰리게 된 와중에도 국회는 임신중지약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시위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6년째 지속되는 낙태죄 '입법 공백' 상태로 인해 여성들이 음지의 유산유도제(임신중지약)에 내몰리게 된 와중에도 국회는 임신중지약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시위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6년.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장벽 앞에 서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임신중지약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그 기대는 번번이 정치권의 침묵에 가로막혔다. 정치권은 여전히 낙태 이슈를 '민감한 표심'으로만 바라보며 책임 있는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더팩트>는 법과 제도 밖에서 임신중지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목소리, 그리고 입법을 추진하려는 이들의 문제의식을 통해, 이 입법 공백이 만들어낸 현실의 무게를 총 3회에 걸쳐 기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수민·서다빈 기자] 6년째 지속되는 낙태죄 '입법 공백' 상태다. 여성들은 음지의 유산유도제(임신중지약) 구매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국회는 임신중지약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표적인 임신중지약으로 알려진 '미프지미소'(미프진)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불법 거래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 당시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 일명 '낙태죄 완전 폐지안'을 공동발의했던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아이의 생명만큼 그 아이를 낳아 키울 임산부의 건강도 중요하다. 누가 더 중요하다 경쟁할 관계는 아니다"라며 "낙태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조건이 있기 때문에 하는 거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딨겠나. 예방적인 접근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미프진 도입으로 인해 낙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는 통화에서 "먹는 낙태약은 낙태가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일종의 게이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윤리, 생명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지고, 사람들이 낙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약 복용 후 부작용을 우려하며 "약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책임이 있는 국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함. /배정한 기자
입법 책임이 있는 국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함. /배정한 기자

입법 책임이 있는 국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체계적인 의료 가이드라인과 절차도 없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방치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더불어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에 "임신 중지는 여성 신체·건강·삶 전체와 직접 연결된 의료·보건 정책이지 도덕이나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의 논의는 법조계와 의료계 중심으로 당사자인 여성의 경험과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당사자의 목소리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야권 소속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미프진이 없어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이후 과도하고 무리한 수술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오히려 미프진이 도입돼야 여성의 건강권이나 자기 결정권이 조금 더 보장될 수 있다"라고 했다.

반대로 생명 경시 풍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면서도 불가피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전반적으로 낙태를 자유롭게 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며 "생명을 존중하는 부분과 불가피한 낙태 선택 사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사회적 컨센서스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중진 의원도 "어떻게 보면 낙태는 합법적인 제도적 살인 아닌가"라며 "입법 공백을 메꾸는 게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sum@tf.co.kr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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