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중진들은 다 어디로?…'관망' 비판 고조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11.23 00:00 / 수정: 2025.11.23 00:00
20%대 지지율·대여 투쟁 난항에도
'중진들 목소리 내지 않는다' 불만 쏟아져
"개인에게 돌아올 리스크 걱정돼 침묵"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통상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거나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중진에게 기대하지만 지금은 그 구심점이 아예 사라진 모양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강도 대여 투쟁에도 당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고, 규탄대회를 통한 여론전 외 별다른 견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정작 중심을 잡아줄 당 중진들이 관망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더팩트>에 "요즘 중진들이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고 조용하다"라며 "예전 같으면 당 대표를 찾아가 먼저 조언하거나, 중진 회동을 통해 의견을 모아 기자회견을 할 텐데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중진들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지지율 추이를 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다"며 "내년 지방선거 다 가서야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중진 의원들에게 기대하는 통상적인 역할은 당의 위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당내 혼란을 줄이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처럼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 나오는 중진의 행보와 메시지는 당의 노선을 정리하고 의견을 통일하는 데 영향을 준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불법 대선자금,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불거져 당 이미지가 큰 타격을 중진 의원 37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이후 '중진 책임 정치'의 대표적 전례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대형 악재가 터져 현 체제로는 그 다음해 4월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박덕흠 의원이 지난 8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박덕흠 의원이 지난 8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중도층 이탈로 내년 지선 패배 우려가 커진 당의 전반적인 상황은 중진 역할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4%로 20%p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로 보면 민주당 44%, 국민의힘 16%로, 그 차이는 28%p다.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중진 의원들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 책임감 없이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방위적 특검 수사로 인한 당 사법리스크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내란 프레임으로 인한 혼란함 속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위협받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선 패배 시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2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낼 경우 개인에게 돌아올 리스크가 걱정돼 침묵하는 것 같다"라며 "침묵하면 안전하다는 생각이겠지만 다 같이 목소리를 내면 분명 당의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현재로선 제 역할을 하는 중진이 없다. 전부 '숨으면 편하다'는 생각뿐인 것 같다"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이다'라는 분위기로 초선 의원들마저 길들여놨다"고 비판했다.

기사에 포함된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2.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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