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원 주권 시대'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당 지도부 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권리당원 표심을 대폭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 실시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더 강해져 당의 강경화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19일부터 이틀 간 권리당원 표심을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 찬반 여부를 묻는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민주당은 명실 공히 당원이 주인인 정당, 권리당원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당원 주권 정당 시대로 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1인 1표' 원칙이다. 현재 권리당원 1표의 가치는 대의원 1표의 20분의 1 수준인데, 이 같은 규정을 없애 모든 당원의 한 표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도록 제도를 손봐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공천 시스템 도입도 약속했다. 예비후보자 검증위원회를 통과한 예비후보가 많을 경우 권리당원 100%로 1차 조별 예비경선을 치르고, 본선은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 선호 투표제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광역·기초자치단체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도 100% 권리당원 투표로 결정하도록 했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 출마 당시 '당원 주권 정당'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의원 중심 구조를 손보고 모든 당원들의 표 가치를 높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당원 교육 강화·포상제 확대·연말 당원 콘서트 개최 등 당심을 겨냥한 여러 쇄신 구상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정 대표가 강성 당원층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정청래표' 당원 주권 강화 구상이 당의 강경화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 6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언급해 논란을 샀다.
당원 투표 참여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당은 이번 여론조사 참여 대상을 지난달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164만여 명으로 정했는데, 이는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권리당원 투표 자격을 부여하는 기존 기준을 완화한 것이어서다.
당내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당무와 관련한 당원 투표의 기준은 거의 대부분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이었다"며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간 의사 반영 비율 등 구조를 변경할 때마다 무구한 정치적 해석을 낳아 왔고, 결국 무엇을 바꾸든 여러 해석은 따라오기 마련"이라며 "당원 주권 시대는 민주정당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으로, 정 대표가 당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지지하는 당원도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마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당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이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선명성이 강한 주자는 본선에서 다른 당과 경쟁할 때 확장성이 떨어져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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