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북한] 다시 등장한 '北 김여정 페북'…"자생자결의 혁명정신"<하>
  • 정소영 기자
  • 입력: 2025.11.17 06:00 / 수정: 2025.11.17 06:00
3년 만 활동 재개…北 매체 인용·내부 영상도
방미심위 "국내 접속 차단 외 기술조치 한계"
최근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계정이 활발히 활동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페이스북
최근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계정이 활발히 활동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페이스북

디지털 시대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전 세계를 손바닥 안에서 본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선 북한 관련 매체 접근이 제한돼 있지만, SNS를 통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북한 실생활을 국민들이 접하고 있다. <더팩트>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보여지는 북한을 엿보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최근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계정이 활발히 활동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김 부부장의 명의를 도용한 사칭 계정이 삭제된 전례가 있어 이번 계정이 본인 것인지 혹은 과거 삭제됐던 사칭 계정이 재활성화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계정의 첫 게시물이 올라온 시점은 2020년 5월 1일이다. 이후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보도를 그대로 옮기거나 인용한 글과 사진이 이어졌고, 출처 표기 없는 기사 문장도 다수였다. 북한 내부로 추정되는 짧은 영상들도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대부분 체제 선전 성격을 띠었다. 지난 9월 2일에는 "위대한 우리 인민의 행복과 영광을 위하여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위하여 힘차게 싸워 나아갑시다"라는 문장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지난 8월 4일엔 "자생자결의 혁명정신과 더불어 우리 국가의 존엄과 영예는 더더욱 빛날 것이다"라는 내용의 게시글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게시물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해방 이후 조선인민공화국을 표방해 국민 대신 인민을 공식 용어로 사용해왔다. 지난 6월 26일자 게시글에는 "공화국의 위대한 대의에 헌신하고 있지만 2020년 이후로 제 페이스북 계정은 인증되지 않은 상태다. 제국주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우리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당과 정부의 지도간부들을 비롯한 간부들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며 "저는 이런 사소한 문제에 굴하지 않고 국민들과 제 생각과 의견을 계속 공유해 나갈 것입니다. 외국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변덕에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명예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운영자는 스스로 ‘진짜 김여정’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X(구 트위터)에 ‘속보: 김정은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저는 북한의 통치를 맡게 될 것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자, 이를 캡처해 "저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제 이름을 사용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 계정이 퍼지는 것을 조심하며"라고 적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 계정을 두고 지난 2022년 10월 사칭 논란을 일으켰던 동일 계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팩트DB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 계정을 두고 지난 2022년 10월 사칭 논란을 일으켰던 동일 계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팩트DB

해당 계정을 두고 지난 2022년 10월 사칭 논란을 일으켰던 동일 계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페이스북코리아가 사칭으로 판정해 계정을 삭제했지만, 올해 9월 22일 "안녕하십니까"라는 새 게시글과 함께 활동이 재개됐다.

메타코리아 관계자는 "삭제된 계정이 다시 살아나진 않는다"면서 "내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계정에는 한국인 이용자들의 댓글이 많다. 대다수 김 부부장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보다 "만나면 남북통일이 쉽게 다가올 것이다" "서로 이해하며 잘해보자" "우리는 한민족이다" 등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다. 일부 이용자는 열병식 등 체제 선전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응원성 이모티콘을 남겼다.

다만 선전성 게시물에 대해 관계 당국이 당장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조치는 (SNS) 계정 관련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등에서 할 수 있어 (정보당국이) 선전 영향이 있는 SNS를 당장 조치할 순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방미심위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는 경찰청이나 정보기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위반했는지 전하면 (방미심위가) 회의체인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심의에 들어간다"며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계정이 삭제되는데, 페이스북·유튜브 등 해외사업자는 국내 이용자 접속 차단과 같은 기술적 조치 정도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계정을 두고 단순한 사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김 부부장이 직접 올릴 것 같지는 않은데 계정을 사칭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북한 내부 사진이나 영상 등이 있어 미스테리하다"고 말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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