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수민·서다빈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옛 부지 보존 문제를 두고 시민단체와 동두천시 사이 극심한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병관리소를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직접 언급하면서 보존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병관리소 보존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파주에서 열린 경기 북부 타운홀미팅에서 '박물관 운영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거나 국가가 건물을 매입해 박물관을 직접 운영하기 위한 로드맵을 지방정부에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는 시민의 요청에 "개인적으로 대통령 되기 전부터 입장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제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동두천 시민이 결단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당시 유세 현장에 '소요산 옛 성병관리소 돌려주세요'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역사문화·평화공원으로 활용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찾아온 공대위에 '성병관리소 건물을 지켜주겠다'는 취지로 약속한 바 있다.
시민단체와 동두천시, 시민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선 만큼 이제는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 지 오래인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현진 공대위 위원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450일 동안 농성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동두천시와 7차례에 걸친 대화협의회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라며 "주민이 해소할 갈등 문제로 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동두천시는 '보존이냐 철거냐'를 두고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난 9월 추석 연휴 직전 박형덕 동두천시장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후 지난 12일 공대위 집행위원장단과 동두천시는 면담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동두천시는 여전히 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민단체와의 합의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대위의 입장도 변함없다. 국가유산청에 옛 부지를 중요문화유산으로 임시지정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자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유산이 지정 전에 원형보존을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중요 문화유산으로 임시지정할 수 있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여가부 같은 경우 로데이터(Raw data·미가공 자료)가 크게 없다. 데이터를 갖고 이야기 해야 하는데 '이제 파악하겠습니다' 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는 실질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가 예산에 대한 지정은 여가부에서 직접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숙 성평등가족부 차관도 당시 회의에 참석해 "현 단계에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땅) 소유주는 동두천시고 그다음에 지역 주민의 의견도 필요하고 이런 부분들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