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엇박자' 후폭풍 지속…'배드캅' 자처 정청래 리더십 시험대
  • 김시형 기자
  • 입력: 2025.11.06 00:00 / 수정: 2025.11.06 00:00
與, 확대해석 경계하며 '굿·배드캅' 역할 분담 내세웠지만
'개혁 온도차' 이어 반복되는 당정 엇박자 노출 부담
이른바 재판중지법 재추진을 둘러싸고 당정 간 엇박자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며 더불어민주당 내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왼쪽)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배정한 기자
이른바 '재판중지법' 재추진을 둘러싸고 당정 간 엇박자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며 더불어민주당 내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왼쪽)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을 담은 재판중지법 재추진을 둘러싸고 당정 간 '엇박자'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며 더불어민주당 내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소통에 문제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통령실과의 간극은 여전하다는 지적 속 '배드캅' 역할을 자처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자신의 SNS에 "APEC도, 시정연설도 A급"이라고 추켜세웠다. 뒤이어 이 대통령과 함께 웃으며 손을 맞잡은 사진도 게시했는데, 이를 두고 당정 간 엇박자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재추진을 둘러싸고 당정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노출됐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명명하며 "이르면 이달 말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자 민주당은 하루 만에 법안 추진 방침을 거둬들였다.

이후 민주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국민의힘이 계속 재판 재개를 압박하자 개별 의원들의 재추진 의견을 당 차원으로 끌어올려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APEC 후속 조치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빠르게 정리한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당이 '배드캅'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박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개혁 문제는 당이 반 발짝 앞서가고, 경제 정책 등은 정부가 반 발짝 앞서가는 구조"라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소위 '굿캅'과 '배드캅' 역할이 나눠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정 간 엇박자 노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달 당정 간 개혁 속도와 온도차를 지적하며 '조용한 개혁'을 공개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약속한 개혁 시간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하겠다"며 추석 이후 사법개혁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당정 간 엇박자 논란이 지속되면서 배드캅 역할을 자처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는 모습./배정한 기자
당정 간 엇박자 논란이 지속되면서 '배드캅' 역할을 자처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는 모습./배정한 기자

당정 간 불협화음이 누적되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대통령 재판은 헌법에 의해 이미 멈춰 있는데, 굳이 재판중지법을 다시 띄울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 과정에서 대통령 재판 관련 이슈가 커지자 (당 지도부가) 아예 싹을 자르려다 오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당과 대통령실을 잇는 '중간 메신저'의 소통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의원은 "당과 대통령실이 미주알고주알 한 구절씩 소통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한 사람씩 거치면 말의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중간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스스로 '배드캅' 역할을 떠안고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법원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APEC 성과가 나온 중요한 시점에 재판중지법을 꺼내 외교의 시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정무적 감각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고, 대통령 사법리스크 재부각을 명분 삼아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자기 정치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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