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미국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자금 세탁 행위를 겨냥한 제재에 나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일(현지시간) 북한 은행가 장국철·호종선을 비롯한 개인 8명과 조선만경대컴퓨터기술회사, 류정신용은행 등을 특별제재대상(SDN)으로 신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OFAC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이버 관련 제재 지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사이버 사기 행위와 IT 인력 파견 등 불법 활동을 통한 자금 세탁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OFAC에 따르면 북한에 기반을 둔 조선만경대컴퓨터기술회사는 중국 선양과 단둥에서 IT 인력 대표단을 운영한다. 이들은 벌어들인 수익을 중국인 명의의 계좌로 숨겨 북한 정권에 송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만경대컴퓨터기술회사 대표 우용수도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류정신용은행은 해외 북한 노동자의 금융거래를 관리하고 외화 송금 및 세탁을 담당했으며 중국과 북한 간 제재 회피 활동을 지원해 왔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금융시스템과 관련된 거래에 참여할 수 없다.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자도 동일한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존 헐리 재무부 테러·금융 정보 담당 차관은 "북한 정권이 후원하는 해커들이 핵무기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해 돈을 훔치고 세탁하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의 무기 개발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도 별도로 대북 제재 강화에 나섰다.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실은 선박들이 중국으로 운송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가 관련 선박 7척을 즉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주요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석탄·철광석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북한의 수출품으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핵심 재원"이라며 "이번 제재 지정은 단순한 절차적 조치가 아니라 유엔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흘러드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것"라고 강조했다.
국무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출항한 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 ‘플라이프리’(FLY FREE)는 지난 5월 두 차례 북한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로부터 해상 환적 방식으로 석탄을 받아 중국 웨이팡 항에 하역했다.
또 다른 선박 ‘카지오’(KAZIO)는 올해 1월 북한 남포항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양항으로 석탄 또는 철광석을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재안은 1718위원회 회람 후 5일간 어느 회원국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확정된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보류를 요청할 경우 제재 채택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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