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갑자기 잡혀"…대통령 시정연설 두고 野 의원들 '당혹'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11.05 00:00 / 수정: 2025.11.05 00:00
"보좌진들도 몰랐다"…일정 급히 취소
與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진행" 반박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후 퇴장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국회=배정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후 퇴장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진행한 가운데, 야당 내부에서는 "사전에 일정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의 시정연설 일정은 통상 일정 기간 사전에 공지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연설 전날 갑작스럽게 통보돼 혼선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은 지역 일정을 급하게 취소하거나 해외 체류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소속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 일정이 전날 갑자기 공지됐고, 의원들에게 별도의 사전 공지도 없었다"면서 "시정연설 일정을 모르고 지역 일정을 잡았다가 취소하는 동료 의원들이 주위에 많았고, 해외 일정으로 출국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예산안이나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할 때, 그 주요 내용과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다. 과거 대통령 시정연설의 일정 공지 시점을 보면 최소 1주일 전에는 언론을 통해 공지가 됐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청와대가 연설 9일 전(10월 23일→11월 1일)에,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이 7일 전(10월 20일→10월 27일)에 각각 밝혔다.

올해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일정이 하루 전에 공지되면서 의원들이 일정 조정에 혼선을 빚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는 모습. /국회=이하린 기자
올해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일정이 하루 전에 공지되면서 의원들이 일정 조정에 혼선을 빚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는 모습. /국회=이하린 기자

반면 올해는 하루 전날 공지됐다. 예산안 심사 첫날에는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에는 연설 일정이 지난 2일까지도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시정연설 일정 자체는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진행돼 예측 가능하지만 예년과 달리 사전 공지 시점이 늦어 의원들이 개인 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시정연설 일정은 보통 1~2주 전쯤 대통령실이나 여당을 통해 공지되는 것이 관례"라면서 "대통령의 일정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힌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일정을 갑자기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하면서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보좌관들끼리도 ‘왜 본회의 일정이 갑자기 잡혔느냐’며 당황해 했다"며 "어제 문자 공지를 보고 시정연설을 하는 것을 알았다. 지역 일정이 예정돼 있었는데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속보를 보고 시정연설 일정을 알게 돼 어쩔 수 없이 지역 일정을 급하게 취소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연설이 예산안 제출 시기에 맞춰 매년 이뤄지는 절차로,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 시정연설 일정은 다 이때쯤에 하는거라 특별한 게 아니다"며 "사전에 별도 공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내란 특별검사팀의 추경호 자당 의원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하며 국회 시정연설을 비롯해 사전 환담회 등 대통령의 국회 방문 행사에 불참을 선언하고, 국회 경내에서 규탄대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야당탄압 불법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식 정치 보복 국민은 분노한다" "이재명식 정치탄압 독재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했을 땐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이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의장과 추가적인 면담을 이어갔고, 이후 여야 대표 간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야당 대표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조금 더 전향적으로 협치의 자세로 나와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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