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첫해부터 728조 원에 이르는 '슈퍼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삭감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분야와 사업도 있다. 정부는 민생안정과 성장동력 확충 등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진행하되, 낭비·관행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지출은 과감하게 삭감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연설을 통해 2026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며 "저성과·저효율 지출을 포함하여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원의 지출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 원(올해 본예산 대비 8.1% 증가)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삭감을 피하지 못한 분야와 사업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통일·외교' 분야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통일·외교 분야 예산을 올해 대비 9.1%, 약 7000억 원 줄였다. 전체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지출액이 약 9000억 원 줄어든 게 컸다. 전임 정부에서 'ODA 퍼주기' 논란이 발생한 것이 현 정부의 보수적 ODA 예산 편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아프리카 대상 ODA 지출액은 약 2400억 원 증액됐다.

'교육' 분야도 칼바람을 맞은 분야로 꼽힌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약 6000억 원)과 국립대학육성사업(약 5000억 원) 예산 증액으로 전체 예산 규모 삭감은 피했으나, 교육세 개편 등의 영향으로 보통교부금액이 약 6000억 원 줄면서 각 시도교육청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 분야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대비 1.4%(약 1조 3600억 원)가 증액되면서 예산 총액이 삭감된 '통일·외교' 분야를 제외하고 증가율 꼴찌를 기록했다.
세부 부문을 살펴보면 예산 삭감으로 타격을 입을 조직·사업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교통 및 물류' 분야에서 '도로' 부문은 민자도로 건설 및 관리 예산이 삭감되면서 전년 대비 약 9400억 원의 예산 총액이 줄었다. '문화 및 관광' 분야 중 '체육' 부문에선 전문체육 육성 예산은 300억 원 증액된 반면, 생활체육 육성 예산은 390억 원 감액됐다. ·
'환경' 분야 중 '기후·대기 및 환경안전' 부문에서 대기환경 보전 예산이 전년 대비 720억 원 삭감된 것도 눈에 띈다. 국토 및 지역 개발 부문에서도 산업단지 개발 및 지원 예산도 340억 원가량 줄었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관련 토론회에서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약 4000여개 사업을 감액했다"며 "과거에는 특정 사업들을 감액하는 데 주력했지만, 올해는 원점에서 검토를 많이 했고, 약 1300개 정도 사업들을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 행사나 홍보 등 경상비 구조조정도 같이 추진했다. 의무지출 개편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재부 내에 '재정혁신 TF'를 구성해서 연말까지 로드맵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의무지출 쪽을 구조조정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