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이재명 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실용외교의 정체가 확실히 드러났다"며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관세협상 타결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팩트시트도 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특별법 제정 아니라 합의문 공개가 먼저"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미국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국가와의 합의사항을 문서화하고 정상 간 서명을 마친 상황임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는 합의사항을 왕관에 새기고 야구배트에 찍힌 도장으로 서명을 끝낸 것이냐"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한중 정상회담도 중요한 공동성명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로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성과가 전혀 없다"며 "실용외교가 국민을 속이고 둘러대기 편한 외교가 돼선 안 된다. 진정한 실용외교는 국익과 실리를 챙기는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비준이 아니라 특별법 제정 의도 분명하다"며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협상 내용 꼭꼭 숨기겠다는 것이다. 밝힐 수 없는 이면의 합의 내용을 슬그머니 집어넣어서 '끼워팔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국제 외교 무대의 막이 내리고 이제는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국익이 걸려있던 관세 협상 내용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고 소상하게 공개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먼저 이재명 정부를 향해 반도체 협상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 전말을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최혜국 대우에 합의했다고 했다"며 "그런데 불과 3달 만에 경쟁국인 대만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합의된 것처럼 표현을 애매모호하게 바꿨다"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 관세율 15% 상한선을 약속받았는데, 만약 대만이 15%보다 다소 초과하는 관세율이 결정된다면 대한민국은 최혜국 대우냐,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협상이냐"고 했다.
철강 사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송 원내대표는 "대미 철강 수출은 29억 달러, 전체 철강 수출의 13%다. 그런데 지난 5월 기준 50% 관세를 부과받자마자 16% 급감했다"며 "대미 수출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령 마스가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우리 철강은 공급망에 아예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자동차 부품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것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관세협상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행정부가 임의로 수정할 수 있게끔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사실상 '수권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 삶과 산업 전반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헌법 제60조에 따라 반드시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를 법률 개정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면 국회 동의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명백한 '위법 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