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안 본 눈 삽니다②] 야당의 시간에도…'지X' '새X' '정치 싸움터'된 이유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11.01 00:00 / 수정: 2025.11.01 00:00
野 한기호 "왜 지X이냐" 욕설
野 박정훈-與 김우영 욕설 공방
감사 도중 그림 그리기도
"야당의 차별화된 모습 실종" 지적
국민의힘이 민생 싸움터라는 각오가 무색하게 욕설 논란으로 국정감사장을 정치 싸움터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은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 발언을 하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이 '민생 싸움터'라는 각오가 무색하게 욕설 논란으로 국정감사장을 '정치 싸움터'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은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 발언을 하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국정감사는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의보다는 정쟁과 과잉 퍼포먼스, 욕설까지 오가는 장면이 더 주목받았다. <더팩트>는 정당별로 국감 취지를 벗어난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인물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정감사는 '야당의 시간'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 앞서 "국민의힘 모든 상임위원회가 민생 싸움터라는 각오로 국정감사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욕설 논란으로 국정감사장을 '정치 싸움터'로 만들어 버렸다. 어쩌면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에 정국을 반전할 기회로 주어지는 국정감사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켜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그 시작은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내란'이란 단어 사용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항의했다.

공방 과정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을 향해 "왜 지X이냐"고 소리쳤다. 이어 민주당 측이 "내란이 지X이지"라고 맞받아치면서 국정감사장은 순식간에 비방과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30분 가까이 파행됐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오후 질의가 재개된 후 한 의원을 겨냥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 거냐"며 "사죄하거나 사퇴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감을 진행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하자 한 의원은 결국 "언쟁을 하는 과정에서 거두절미하고 과격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 사과한다"고 했다.

욕설 공방이 고발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과거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이 찌질한 놈아'라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하자 박 의원은 공방 과정에서 김 의원을 겨냥해 "이 한심한 XX"라고 소리쳤다.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감에서도 서로 "옥상으로 따라오라며?"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며?" "맞을까봐 그런 거 아니냐" 등 유치한 말싸움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의 폭언을 문제 삼으며 두 의원을 각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 및 경찰에 고발했다.

감사 도중 돌연 그림을 그리는 의원도 나왔다. 사진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참석해 다른 의원의 질의 시간에 고릴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감사 도중 돌연 그림을 그리는 의원도 나왔다. 사진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참석해 다른 의원의 질의 시간에 고릴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감사 도중 돌연 그림을 그리는 의원도 나왔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리 앞 설치된 노트북에 고릴라 사진을 띄워 놓고 따라 그리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유 의원은 연필로 스케치한 후 음영까지 줬다. 유 의원은 논란이 되자 다음날 페이스북에 "잠깐의 일탈로 인한 것이지만 나를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 자리의 무거움을 새삼 깨닫는다"며 사과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서 '딴짓'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많았다. 다만 휴대전화를 하거나 조는 정도가 대다수였다. 보는 눈이 많고, 실시간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많은 국회에서 대놓고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더팩트>에 "국회의 자화상 같다"며 "여야 갈등 등 국회의 답답한 현주소를 표현한 것 같았다"고 실소하듯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취재진들이 다 지켜보고, 심지어 라이브로 방송되는 국정감사장에서도 저렇게 행동할 정도면 평소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다는 건가"라며 "자기 질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다른 의원이 질의하고 현안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투쟁력 상실을 지적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정쟁을 벌이며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며 "보수라는 게 자기들 말처럼 진보보다 유능한 게 강점이라면서도 보수의 정체성마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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