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영 기자·김정수 기자·경주=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황금빛 장식품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한 최고 수준의 예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보고 "당장 걸고 싶다"면서 "소중히 간직하겠다. 너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무궁화대훈장·천마총 금관 모형 선물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6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 앞에서 맞이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드린다"고 언급했다. 상훈법상 무궁화대훈장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우방 원수와 그 배우자 등에게 수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한국과 미국은 아주 강력한 동맹 관계이고 앞으로도 이것을 통해서 더욱더 아주 굳건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천마총 금관 모형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천마총 금관은 현존하는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형태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은 "경주를 국빈으로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에 처음으로 평화를 가져온 신라의 정신과 함께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이 금관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황금빛 넥타이·평화의 식탁 ‘상징 외교’
이날 이 대통령의 황금빛 넥타이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훈민정음 문양이 새겨진 황금빛 넥타이를 매고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황금빛 넥타이는 황금빛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해 특별 제작됐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과 무궁화대훈장 수여식을 가진 뒤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오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귀빈으로 예우하기 위한 특별한 메뉴가 준비됐다.
오찬장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피스 릴리’ 꽃이 장식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 뉴욕을 상징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이 어우러진 전채 요리가 제공됐다.
메인 요리는 경주 햅쌀밥과 공주밤과 평창 무, 천안 버섯 등에 미국산 갈비를 사용한 갈비찜으로 구성됐다. 디저트는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금으로 장식된 브라우니와 감귤 디저트로 마무리됐다. 디저트 접시에는 ‘PEACE’(평화) 문구가 레터링됐다.

◆한미정상회담, 동맹 현대화·무역협상 논의…극적 타결
이날 오찬을 겸한 한미정상회담은 87분간 이어졌다. 한미정상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외교 라인 참모 대부분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관세협상의 주요 카운터 파트들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취임한지 9개월이 됐는데 전세계 8곳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정말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계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회동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님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서 불발되긴 했지만 김 위원장에게 회담 요청 후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그 자체만으로도 이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대통령은 무역협상 관련 "대미 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며 "조선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 그게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기업) 여러분들이 들어와 미국에서 배를 함께 만들고 있다"며 "짧은 기간 안에 최고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대미투자금의 구체적 운용 방식 등 일부 쟁점으로 꼽혀온 사안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등 안보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난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 회담 종료 후 석 달 가까이 난항을 겪은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특히 관건이었던 3500억달러 투자 규모 중 2000억달러는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분산투자하기로 하기로 합의했고, 다양한 안정장치를 확보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