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등 5대 사법개혁안에 이어 법원행정처 폐지 카드까지 꺼내들며 '사법행정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재판소원·법 왜곡죄 도입 논의와 재판중지법 재추진 움직임이 맞물리며 사법개혁 전선이 다시 확장되는 양상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기왕 (사법)개혁들을 처리하는 김에 사법행정에 관한 폐쇄성 문제도 (정리)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라며 "사법개혁의 마지막 퍼즐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법원행정처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이른바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탄희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법원행정처 폐지와 함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청래 대표도 법원행정처 폐지 추진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법원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수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법원의 인사와 행정을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민주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당정대 간 조율과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아직 당론 채택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정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잇달아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5대 사법개혁안에서 빠졌던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가 '사법개혁 2라운드'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재추진도 군불을 때고 있다.
발단은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의 국정감사 발언이었다. 김 법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법 국감에서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지 (대통령의) 재판 기일을 잡을 수 있느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법원장 발언 이후 민주당 내 위기감이 확산됐고,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26일 비공개 의총에서 재판중지법 재추진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감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처리 시기는 아직 특정하지 않았지만 사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사법부 압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판사와 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과, 대법원 확정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법'도 추가 공론화 단계를 앞두고 있어 개혁 범위는 더욱 확장되는 모습이다.
연이은 개혁 드라이브에 따른 피로감 우려에도 당내에서는 이미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만큼 속도 조절보다는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독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이미 팽배해 있다"며 "TF 논의와 정책 의원총회 등을 거쳐 구체적 개편안을 확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판중지법도 이미 본회의에 부의돼 있고, 재판소원과 법 왜곡죄도 새로운 사안이 아닌 만큼 이들을 포함한 사법개혁안을 가급적 정기국회 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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