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완화, 이른바 '3+3+3'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핵심 현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서로 다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발언 자제령과 함께 부동산 관련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당이 정책 기조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차 기간을 최대 9년으로 확대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참여한 바 있지만 당의 기본 방향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윤종군·염태영 의원이 지난 2일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로 확대해 세입자가 최장 9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지나친 재산권 제한이자 전세 가격 급등으로 월세 전환 가속화를 초래할 수 있어 임차인 보호 취지에 되려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보유세 강화 문제를 놓고도 당내 의견이 분분했다. 정부는 양도세는 높고 보유세는 낮은 현 세제 구조가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보고 보유세 부담을 늘려 매물을 유도하고 시장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당 지도부와 주택시장 안정화 TF 모두 "시기상조"라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진성준 의원은 10·15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보유세 인상이 병행돼야 한다며 "용기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남희 의원도 "보유세를 정상화하고 양도세를 낮춰 실거주자 중심으로 효율적인 자산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보유세 인상론은 당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재초환 완화 여부를 둘러싼 당내 엇박자도 노출되면서 내부 혼선이 가중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복기왕 의원은 지난 23일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재초환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지도부는 "개인 차원의 의견과 아이디어"라며 선을 그었다. 재초환은 재건축 시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초과하는 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로, 민주당은 대선 당시 재초환 현행 유지를 공약한 바 있다.

당내 이견 노출이 지속되자 정청래 대표는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는 2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등 민감한 경제 정책은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만큼 당은 반 발짝 뒤에서 '로우키' 전략으로 제도적 뒷받침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별 의원들은 돌출 발언을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에서 아무리 다양한 정책적 의견을 내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연결시키려 하기 때문에, 정책이 어느 정도 무르익기까지는 TF를 중심으로 의견을 공유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틀막'처럼 의원들의 발언을 금지하려는 것은 아니고, 공론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 정확한 방향성을 갖고 논의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 속 민주당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얼미터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4.1%로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주 연속 상승하면서 양당 지지율 격차는 전주 9.8%p에서 6.8%p로 좁혀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중도층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어 당이 중도층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10·15 대책보다 더 과감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당이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는 모습"이라며 "정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당분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ARS 100%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ocker@tf.co.kr